석 달 연속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를 기록하며 물가 상승세 둔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일상 생활에서 체감하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농산물 공급도 원활해졌는데도 물가 안정이 체감되지 않는 것은 축적된 고물가가 해소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40(2020=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9월 1.6%를 기록한 이후, 10월(1.3%), 11월까지 석 달 연속 1%대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설정한 물가안정목표 ‘2%’보다 낮은 수준이다.
품목별로 보면 개인서비스와 전기·가스·수도만 상승률 3% 수준을 보였고, 그외 품목은 모두 상승률이 2%를 하회했다. 석유류는 국제유가 하락으로 전년 동월 대비 5.3% 내려갔다.
통계 지표 상으로는 물가가 상당히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 부담은 다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비로 나오기 때문에 그 이전에 누적된 고물가의 영향은 가리는 일종의 착시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가계 물가 부담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선 상승률 보다는 지수 자체로 비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지수로 비교하면 어떨까. 이달 물가 지수는 4년 전인 2020년 11월(100.09)과 비교하면 14.3% 올랐다. 3년 전인 2021년 11월(103.87) 대비해선 10.1% 상승했다. 3년 연속 3.3%씩 오른 셈이다.
가계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들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와 밥상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신선식품지수의 상승폭은 이를 더 상회한다. 이달 생활물가지수는 21년 11월 대비 11.4% 올랐고, 같은 기간 신선식품지수는 15.2% 올랐다.
신선식품지수 중에서도 신선과실류의 가격 변동은 더욱 컸다. 지난달 신선과실지수는 127.30으로, 2021년 11월(107.00) 대비 19.0% 올랐다. 지난해 사과·배 작황 악화 영향으로 신선과실지수가 급등했던 올해 2월부터 5월까지는 3년 전 동월 대비 50%가량 오르기도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생필품, 그 중에서도 공급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신선식품의 가격은 가계에서 판단하는 물가 지표가 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물가가 이렇게 뛰는 동안 가계 소득은 상대적으로 정체됐다. 물가 상승이 체감상 더 크게 느껴지는 또다른 이유다. 특히 가계 소득 정체 현상은 소득 수준이 낮은 1, 2분위 가구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국가통계포털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소득 1분위(하위 20%) 전체가구의 평균소득은 118만2437원으로 2021년 3분기(114만2291원) 대비 3.51% 증가하는데 그쳤다. 소득 2분위(하위 20~40%) 전체가구의 평균소득은 282만3441원으로 2021년 3분기(264만6774원) 대비 6.67% 늘었다. 3분위 전체가구 평균 소득 상승률도 8.55%에 머물렀다. 1~3분위 모두 가구 소득 증가율이 물가상승률을 하회한 셈이다.
4·5분위를 포함한 전체가구의 평균 소득은 같은 기간 11.13% 증가하며, 물가상승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누적된 고물가 부담을 서민가구가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석 교수는 “고물가의 충격은 상대적으로 서민 가구에 더 충격을 준다”면서 “물가 상승 흐름이 둔화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물가 안정책을 쓰기보다는 서민가구를 한 에너지바우처 등 재정지원 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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