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민생토론회에서 전통시장에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 0%’를 적용하겠다고 했다. 또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수수료를 30% 이상 감면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영동시장에서 실내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지형철(39)씨는 “배달을 한 달에 100번 하면 1건당 (수수료를) 2000원씩으로 잡아도 20만원인데, 장사하는 입장에서는 엄청 크다”면서 “라이더(배달 기사)에게 주는 배달비보다 (플랫폼이 받아가는) 수수료가 제일 큰 문제인데 수수료가 낮아지면 너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에서 빈대떡집을 운영하는 임모(39)씨는 “시장 노점들은 배달 장사를 안한다”면서 “배달 수수료를 배달 수수료를 0원으로 만드는 데 예산을 쓸 바에는 차라리 (정부가 전통시장을 활성화하려 발행하는) 온누리상품권을 뿌리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서울 동작구 성대전통시장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경모(49)씨는 “쿠팡이츠 같은 플랫폼이 정부가 하란다고 배달 수수료 0%를 적용하겠느냐”고 했다. 배달 수수료를 무료로 하는 대신 업주에게 쿠폰 비용을 부담시키는 등 편법이 등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음식배달 앱 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과 2위인 쿠팡이츠가 받는 배달 중개 수수료는 9.8%(부가세 별도)이다. 고객이 2만원짜리 치킨을 주문한다면 외식업주는 부가세를 포함해 2160원을 수수료로 음식배달 앱 운영사에 줘야 한다. 대형 프랜차이즈 치킨업체는 수수료를 그대로 내지만, 전통시장 치킨집은 수수료를 0원으로 만들겠다는 게 윤 대통령이 내놓은 대책이다. 이밖에 외식업주들은 1건당 1900~2900원의 배달비를 추가로 부담한다.
한편 윤 대통령이 이른바 ‘노쇼(no-show)’에 대해 “피해를 감안해 소비자·판매자 모두 공감하는 예약보증금제를 마련하겠다”고 말한 것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노쇼는 식당 예약을 한 뒤 취소한다고 말하지 않고 나타나지 않는 것을 뜻한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선학(31)씨는 “전체 예약의 10% 정도는 손님이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원래 예약보증금을 받았는데 지난 달에 없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서상 예약보증금이 있으면 손님이 불편해 하면서 식당에 오지 않는다. 예약보증금제가 진짜 시행되더라도 (내 식당에는) 도입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정모(46)씨는 “예약보증금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며 “파인다이닝처럼 손님 인원에 맞춰 재료를 준비하는 식당은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이 “백종원(더본코리아 대표)씨는 민간 상권 기획으로 예산시장을 확 바꿔놓았다. 이런 일을 할 민간 상권기획자를 1000명 육성하겠다”고 말한 것에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광장시장에서 육회 가게를 운영하는 반정욱(39)씨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면 백종원이나 흑백요리사 정도 파급력이 있는 사람이 와야지, 일반 상권 기획자가 와서는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성대전통시장에서 만두가게를 운영하는 홍성민(44)씨는 “음식점 잘하는 가게가 생긴다고 전통시장에 있는 내 가게가 살아날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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