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델 문가비씨가 배우 정우성씨와 결혼을 하지 않았는데 자녀를 출산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혼외자’라는 표현이 언론에 널리 쓰이고 있다. 이를 두고 “정상가족 바깥에서 태어난 아이여서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며 ‘혼외자’란 말을 쓰지 말자는 주장이 나왔다.
김희경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3일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혼외자와 혼중자를 구분하는 게 민법에도 있고 가족관계등록법에도 있다”며 “‘혼외자’는 ‘혼인 외 출생자’의 줄임말이고 ‘혼중자’는 ‘혼인 중 출생자’의 줄임말인데 이렇게 구분해서 아이를 부르는 게 아이에 대한 편견을 조장하고 부정적 낙인을 찍는 용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진행자가 “혼외자라는 용어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될 아이’ 이런식의 편견이 조장될 수 있다는 이야기냐”고 묻자 김 전 차관은 “정상가족의 바깥에서 태어난 아이여서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을 심어준다”고 답했다.
현행 법에서 혼외자를 규정하는 이유는 뭘까. 김 전 차관은 “지금 출생통보제가 시행이 돼도 출생신고는 해야하고 출생신고서 양식에도 혼외자, 혼중자를 구별해 표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사실 엄마는 누군지 명백하지만 아버지가 누군지 어떻게 확인하느냐의 문제가 있다. 예전에는 유전자 검사 같은 과학기술이 발전하지 않아 법률적 아버지를 정하는 문제가 간단치 않았다”며 “혼중자, 혼인 중 태어난 아이는 어머니의 남편이 아버지라고 강력하게 추정할 수 있는데 혼외자는 그렇지 않으니 친부모가 공식 인정하는 방식으로 법률적 아버지를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혼외자와 혼중자를) 구분해서 상속권이나 친권을 정의했고 예전에는 신분과 상속에서 차별을 했다. (이는) 법률적 아버지를 정하는 전근대적 방식”이라며 “또 다른 목적은 가족 구조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는 “혼외자 출산은 가부장제 질서를 흐리는 것으로 도덕적 비난을 해온 것”이라며 “비혼모에 대한 차별도 거기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는 문화나 제도가 변했다. 김 전 차관은 “옛날 호주제가 있던 시대엔 (상속에 대해) 호주 승계의 순위에 차별이 있었다. 적자, 서자 등의 표현을 쓰지 않았냐”라며 “지금 재산 상속에서 차별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혼중자와 혼외자의 구별은 사라지고 있다. 김 전 차관은 “독일의 경우 비혼 출산이 늘어나니까 1997년 아동권리개혁법을 만들어 혼외자와 혼중자에 대한 개념을 없앴고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통일친자법을 만들어 2002년 ‘혼인 중’, ‘혼인 외’ 이런 표현을 없앴으며 프랑스도 2005년 민법을 개정해 혼중, 혼외 출산자 구분을 없앴다”고 했다.
그렇다면 혼외자 대신 어떤 표현을 써야할까. 김 전 차관은 “대안 용어는 필요 없고 아이들은 다 똑같은 자녀”라며 “오늘날은 누가 아버지냐 논쟁이 발생해도 유전자 검사를 통해 과학적 증명이 다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녀의 결합의 방식이 다양할 수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든 그 아이를 중심에 놓고 생각하면 된다”며 “아이가 차별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법률적인 결혼이든 아니든 동등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면 모든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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