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전역을 덮친 기록적 폭설에 광역-기초단체 간 ‘도로 제설예산 부담 문제’가 재차 불거지고 있다. 도가 시·군으로 지원하는 제설제 예산이 전체 도로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점차 열악해지는 반면, 관리할 도로는 늘어나고 있어 정부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는 과거 ‘사무위임 조례’ 등을 통해 읍·면 소재 지방도에 대한 제설작업을 시·군에 위임했다. 지방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요 도시를 연결하기 위한 목적에 건설하고 있다.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과 직결된 도로다. 관리 주체는 도지사로 돼 있다.
이에 경기지역 15개 시·군이 지방도에 눈이 내릴 때 제설제를 살포하고 치우는 등의 일을 책임지고 있다. 남부는 용인·화성·평택 등, 북부는 김포·남양주·양평 등이 있다.
위임 대상인 지방도는 전체 연장 길이만 4000㎞ 이상에 달한다.
다만, 도는 ‘도로 등의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매년 제설제 구매비용을 각 지자체에 보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도의 지원액을 보면 시·군이 투입하는 총 제설제 예산의 10~3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올해 이천시는 약 7000만원을 지원받았고, 자체적으로 쓴 비용은 무려 5억원 정도다. 양평군은 합쳐 7억원 정도의 제설제를 샀지만, 여기서 도가 2억3000만여원을 보탰다.
또 보조예산을 모두 ‘친환경 제설제’만 구매하도록 규정돼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친환경 제설제가 비교 단가가 비싸서다. 염화나트륨과 염화캄슐은 t당 약 12만원, 30만원대로 가격이 형성돼있는데 친환경 제설제는 t당 40~45만원이다. 이뿐만 아니라 물가 상승으로 제설제 가격 자체가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도비 규모는 2019년 5억2000만원에서 2020년 15억원으로 증액된 뒤 현재까지 동결됐다.
앞서 2015년 경기도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이현호 의원(이천1)이 “나의 일을 남에게 부탁하려면 제반 비용은 내가 부담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동안 지방도 제설사무에 대한 도의 처사는 너무 무책임한 것”이라는 내용의 촉구 성명을 내기도 했다.
도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런 이유로 올해 도에서 추진한 열선 설치 공모사업도 모든 참여 시·군을 선정하지 못해 6곳으로 추렸다.
기후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는데도 도로 제설에 관한 정부의 지원은 막혀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 관계자는 “시·군의 부담을 알고 있으나, 재원에 여유가 없어 증액을 할 수가 없다”며 “정부가 보조를 해주면 좋겠는데 기획재정부 방침이 도로 유지관리비 지원을 하지 못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지역 지자체 관계는 “기후 변화로 점차 내리는 눈의 양이 커질 것이며, 여기에 대응하려면 제설제를 많이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제 상황이 달라졌는데 언제까지 지방에서 예산을 전부 책임져야 하는지 정부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안성·평택 등 폭설 피해지역을 다녀와 기금과 예비비 편성 등으로 조속한 복구작업을 지시했다. 특히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하기로 했다. 특별재난지역은 피해복구 지방비 부담분 가운데 50~80%를 국고에서 지원받을 수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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