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손지연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여야의정협의체가 사실상 좌초됐다. 지난달 11일 출범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했던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가 협의체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일 “협의체 자체가 없어지는 게 아니고 잠깐 휴지기”라고 강조했지만 의료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성탄절 선물’로 의미있는 결과를 드리겠다던 야심 찬 선언과 달리 협의체가 사실상 해체돼 오히려 의정갈등이 더욱 경색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의정갈등 해소 아닌 ‘갈등’ 불씨만 남겼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단체 불참 선언 시 ‘여당이 정부를 충분히 압박하지 않았다’고 한 비판한 데 대해 “정부와 의료계가 사실상 처음으로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는 장이 열렸다는 것이고 그 장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것”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고 잠깐 휴지기를 갖고 다시 좋은 논의를 계속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협의체 파행에 대해 선을 그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정부와 의료계의 이견 차이가 큰 부분은 사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었고 여당 입장에서는 그 차이를 줄이려고 노력했다”며 “그 노력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날(1일) 대한의학회에서는 ‘여당의 정부 중재 노력이 보이지 않아 불참한다’고 일침했다.
이진우 대학의학회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4차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대한의학회와 KAMC는 협의체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참담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그간 의정갈등의 핵심인 의대 증원 조정안을 내놓았지만 ‘협의체’에서 정부와 협의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료계 내부의 반대와 회의적 시각에도 불구하고 협의체 참여 결단을 했었다”며 “2025년 의과대학 정원과 관련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안을 충분히 검토해 구체적 조정안을 제시했다. 2026년 증원 유예와 함께, 합리적 인력 추계 기구를 신설해 2027년 이후 정원 논의를 진행하자는 제안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 현실의 심각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여당은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를 적극적으로 압박하거나 중재에 나서지 않아 그 진정성을 의심하게 했다”며 “더 이상의 협의는 의미가 없고, 정부·여당이 이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한 대표가 ‘휴지기’라고 선을 그은 반면 의료계에서는 “(협의체가) 휴지기라는 건 정부·여당 입장이고 저희는 그렇지 않다”며 “의대 정원에 대한 확실한 태도 변화를 보여준다면 그때 가서 다시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회의 재개 날짜도 없어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한 의료단체장은 이날 「시사위크」와 통화에서 “정부 의도가 워낙 뻔해서 예상됐던 일”이라며 협의체 좌초가 예견됐던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12월 22일, 23일 얘기는 한 대표가 언론 플레이를 한 것”이라며 “처음 회의 참석 후에 밑에 사람 보내놓고 자기 입으로도 별 관심 없다고 얘기하지 않았냐”고 비판했다.
이어 “협의체에 참석했던 점잖으신 분들이 이용당한 것”이라며 “협의체에 참석한 분들을 그렇게 대우했는데 더이상 정부와 얘기를 하려고 하겠냐”고 했다. 협의체 파행으로 의정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는 것이다. 또 “(한 대표가 말한) 휴지기가 아니라 완전히 중단”이라며 “이제 우리도 포기상태다. 이대로라면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만 치료받게 돼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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