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오두환 기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로 4~5%대를 유지했던 성장세가 1~2%대로 둔화하면서 저성장이 고착하는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대 이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연평균 성장률이 1%포인트 안팎으로 떨어져 왔다.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의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5.6%였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4.7%, 이명박 정부 3.3%, 박근혜 정부 3%, 문재인 정부 2.4%로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내년 1.9%와 내후년 1.8%로 연속으로 2% 성장률을 밑돌 것이라는 한국은행의 전망치는 일시적인 경기부진이 아닌 ‘저성장 터널’ ‘장기불황’의 문턱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경고음으로도 읽힌다.
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성장률은 5년 단위로 1%포인트 안팎씩 낮아졌다.
1997~1998년 IMF 외환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충격파에서 벗어난 이후로 2001~2005년에는 연평균 5.02%의 비교적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탓에 2009년 0.8% ‘성장 쇼크’가 있었지만 2010년 7% 급성장을 이루면서 2006~2010년 연평균으로 4.36% 성장률을 나타냈다.
2010년대에는 성장동력이 가파르게 약화하면서 연평균 성장률은 2011~2015년 3.12%, 2016~2020년 2.28%로 각각 둔화했다.
올해 2.2%, 내년에 1.9%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는 한국은행 전망치를 적용하면, 2021~2025년에는 연평균 2.56% 성장세를 기록하게 된다.
다만,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0.7% 역성장했다가 2021년 4.6% 큰 폭 반등한 이례적 변수를 제외한다면, 2010년대 후반(2016~2019년 3.03%) 약 3%에서 2020년대 초반(2022~2025년 2.05%) 약 2%로 성장둔화가 뚜렷하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로 추정되는 2%의 성장세를 지켜내기도 벅차다는 의미다. 동시에 별도의 경기 자극이 없다면 1%대 성장률로 추락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실제 한국은행 전망대로 내년도 1.9%, 2026년 1.8%의 성장률이 현실화한다면, 1%대 저성장이 뉴노멀로 자리 잡는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저성장 전망에는 내년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반영된 것이지만,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도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상 ‘수출 외바퀴’로 굴러가는 한국 경제로서는 보호무역주의 충격파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데다, 소비 위축과 건설 침체가 겹치면서 내수 부진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런 총체적 난제의 해법은 결국 구조개혁 이슈로 연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순히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재정지출을 확대하는 고전적인 접근법만으로는 구조적인 저성장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의 범주를 넘어 ‘낡은 경제구조’를 바꾸는 사회 이슈를 잇달아 거론하는 것도 이런 문제 인식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단순하게 얘기하면 미국은 엔비디아 같은 기업들이 나오는데 우리는 몇십년 동안 그런 기업이 나온 적이 없다”며 “결국 신산업이 뜨고, 새로운 기업들이 부가가치를 만들고 투자와 소득이 늘면서 선순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저성장의 원인으로는 중국을 꼽을 수 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최근 10년간 한·중 8대 주력 산업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우리나라는 반도체·조선·철강 등 7개 부문에서 중국에 수출 점유율을 추월당했다. 8대 주력사업 중 유일하게 석유화학에서만 선두를 지키고 있다.
국가 3대 첨단전략산업이라고 불리는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 분야도 중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차전지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이미 중국과 7배가 넘게 차이가 난다.
무선통신기기의 경우 우리나라의 세계 수출 시장 점유율은 1%도 되지 않는다. 반면 중국은 세계 시장의 27.27%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앞서고 있는 석유화학 부문 세계시장 점유율은 1.08% 정도로 겨우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으로 무역제재를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우리나라를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이미 우리를 추월했다.
한경협은 이러한 배경으로 양국 간 연구개발 투자 격차를 꼽았다.
한경협이 지난 11월 양국 기업의 재무제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3년 한국 첨단기업의 연구개발비는 약 71조5631억원(510억4천만달러)으로 중국 첨단기업 약 287조 5836억원(2천50억8천만달러)의 25%에 그쳤다.
매출액 대비 비중도 중국이 한국 보다 높았고, 2013년 이래 연구개발비 연평균 증가율도 중국이 18.2%, 한국이 5.7%였다.
한경협은 “한국 첨단기업이 적극적으로 연구개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와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국가전략기술 관련 세액공제 연장, 지정 분야 확대와 네거티브 지정 방식 도입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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