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김영일 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대통령실 및 검찰, 감사원, 경찰 특수활동비와 예비비,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 등을 감액한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과 관련, 정부는 “감액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감액안 철회를 촉구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등은 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야당 주도의 감액 예산안에 대한 정부입장 합동 브리핑을 열었다.
최상목 부총리는 “야당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감액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고,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야당이 예산안을 강행했던 11월 29일 당일 오후까지도 정부와 여당은 예결위에 참석해 예산안 협의를 이어가고 있었음에도 야당은 정부가 제대로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며 감액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야당 단독으로 예결위를 통과한 예산안은 677조 4000억원 규모의 정부 원안에서 4조 1000억원이 삭감됐는데,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의 특수활동비(82억 5100만원) ▶검찰 특정업무경비(506억 9100만원)와 특활비(80억 900만원) ▶감사원 특경비(45억원)와 특활비(15억원) ▶경찰 특활비(31억 600만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이어 4조 8000억원 규모인 정부 예비비는 2조 4000억원을 감액했고, 국고채 이자 상환 예산도 5000억원도 감액됐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등을 충당하기 위해 일정 한도에서 미리 책정하는 금액이다.
국회가 예산을 늘리거나 새로운 예산 항목을 신설하려면 정부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감액은 정부 동의 없이 가능하다.
최상목 부총리는 “정부안 자동부의를 막기 위해 단독 처리가 불가피했다는 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그동안 정부안이 자동부의 되더라도 매년 여야가 합의해 수정안을 처리했기 때문”이라며 “심지어 야당은 단독 감액안을 처리한 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보완해달라고 주장하나, 증액할 사업이 있으면 여야가 합의해 본예산에 반영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전세계는 총성 없는 전쟁 중인데 거대 야당은 예산안을 볼모로 정쟁에만 몰두해 우리 기업에게 절실한 총알을 못 주겠다고 한다”며 “국가 예산을 책임지고 있는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야당의 무책임한 단독 처리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야당의 단독 감액안이 민생과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과 문제점을 다시 한번 소상히 설명드리겠다”며 “첫째, 대외 불확실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에 리스크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금 우리 경제는 글로벌 복합위기 후유증으로 서민・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시름이 깊은 가운데,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 심화, 공급망 불안 등 거센 대내외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렇듯 온 국민이 합심해 대응해야 할 경제난국에 야당은 감액 예산안 강행이라는 무리수를 두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과 기업에게로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나아가 “대내외 악재에 대응할 여력이 줄고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우리 재정운용 역량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국가 신인도도 훼손될 수 있다”며 “예산 등 정책결정 과정의 불확실성이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준 해외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 부총리는 “둘째, 글로벌 산업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높일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된다”며 “야당의 단독 감액 예산안은 혁신성장펀드와 원전산업성장펀드 등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부 예산안을 삭감하고, 출연연구기관과 기초연구·양자·반도체·바이오 등 미래 성장동력 R&D(연구개발)도 815억원이나 감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비비도 절반 수준인 2조 4천억원으로 대폭 삭감했다. 실제 2019년의 경우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 등의 소요가 발생해 한 해 동안 총 2조 7천억원의 예비비를 사용한 바 있다”면서 “그러나 내년에는 그와 같은 긴급한 산업·통상 변화가 발생하더라도 적시 대응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는 지난달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를 가동,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수적인 전력망 등 기반시설과 AI(인공지능)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지원을 약속드린 바 있으나, 야당이 단독 감액안을 처리할 경우 이 약속도 지킬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또한 “야당이 본회의에서 단독 통과시키려는 세법개정안에는 여야와 정부가 잠정 합의했던 반도체·AI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지원 확대와 소상공인 부담 경감, 내수 활성화 방안도 빠져있다”고도 했다.
최 부총리는 “셋째,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민생과 지역경제를 위한 정부의 지원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야당은 청년도약계좌, 대학생 근로장학금, 청년 일경험, 저소득 아동 자산형성과 같은 사회이동성 개선을 위한 대표적 사업도 삭감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민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아이돌봄과 의료개혁 예산도 감액했다. 최근 3년간 1.5배 증가한 마약 범죄, 5배 증가한 딥페이크 범죄 등에 대해 기밀을 유지하며 수사할 수 있는 경비도 100% 삭감해 범죄 대응에 큰 차질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나아가 “앞서 말씀 드린 예비비의 대폭 삭감은 대규모 재해·재난과 감염병 등에 대한 정부의 대응능력도 크게 약화시킬 것”이라며 “야당이 단독안을 강행하면, 여야를 막론하고 증액을 제기하던 소상공인 추가지원과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 보강도 불가능해진다”고 토로했다.
최 부총리는 “국민 여러분, 야당 감액안은 재해와 통상리스크 대응을 무력화하는 예산, 민생과 지역경제를 외면한 예산, 산업경쟁력 적기 회복 기회를 상실하게 하는 예산, 국고채 이자비용을 5천억원이나 삭감하면서 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는 허술한 예산”이라며 “국가 예산의 확정은 국민생활·국가경제 전반과 전국 곳곳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인 만큼 여야의 합의로 이루어지는 것이 국민들께서 원하는 바람직한 예산결정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는 저절로 돌아가지 않는다. 민생은 공짜로 회복되지 않는다. 거세지고 있는 대외 불확실성은 민관과 여야가 맞들어도 대응이 버겁다. 시간도 우리 편이 아니다”라며 “야당은 지금이라도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단독 감액안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에 임해주시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사진 및 이미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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