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과 20~30대가 주로 이용하는 ‘네 컷 사진’이 사생활 노출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최근 나오고 있다. 네 컷 사진은 사진 4장이 용지 한 장에 인화되는데, 사진 파일을 휴대전화로 내려받을 수 있도록 QR코드가 함께 인쇄된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들이 기념 차원에서 사진을 업소 내부에 붙여뒀다가 제3자가 QR코드를 통해 은밀한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내려받아 외부로 돌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배우 정우성씨가 한 여성과 함께 찍은 사진과 촬영 영상이 지난달 25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왔다. 이 사진은 서울 강남 지역에 있는 네 컷 사진 업소에서 촬영된 것인데 다른 사람이 우연히 사진을 입수해 여기에 인쇄된 QR코드로 사진 파일과 촬영 영상 파일을 확보해 유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 컷 사진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으면 인화 용지 모서리에 QR코드가 함께 인쇄돼 나온다. 휴대전화 카메라로 QR코드를 찍으면 사진 원본과 촬영 과정이 담긴 영상 파일을 내려받을 수 있다. 접속할 수 있는 기간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24~ 72시간 동안 파일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네 컷 사진 이용자들이 기념으로 자신들이 찍은 사진을 업소 내부에 붙이고 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평소 친구들과 네 컷 사진을 자주 찍는다는 강모(24)씨는 “3명이 사진을 찍으면 4매를 인화하는데 1매가 남으면 업소 내부 벽에 붙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서울시 서대문구 일대 셀프 사진관을 둘러본 결과 대부분의 점포에 사람들이 남기고 간 사진이 붙어 있었다. 일부 점포는 내부 벽 전체가 사진으로 뒤덮여 있기도 했다. QR코드를 통해 사생활이 유출될 우려가 있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부족한 셈이다.
여기에는 소셜미디어(SNS)의 영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네 컷 사진 문화가 확산하기 전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관에는 사진을 붙여두고 가는 일이 흔치 않았다”며 “최근 SNS를 통해 사진을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네 컷 사진 업체들은 사생활 유출을 막을 방안을 찾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가 원치 않는 경우 QR코드 없이 인화가 가능하고, 이 경우 파일은 즉시 폐기된다”며 “전용 앱을 만들어 촬영한 당사자만 파일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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