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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 의석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이 사상 초유의 감액 예산안과 감사원장·검사 탄핵 추진 등을 고리로 대여 압박의 고삐를 죄면서 국가 주요 기관의 기능이 멈춰 서는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도널드 트럼프 2기를 맞아 통상 압박이 거세지고 경제성장률도 떨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거대 야당’의 횡포로 인한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이 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야는 1일 평행선을 달리는 예산안에 대한 논의 없이 각자 여론전을 펼치며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다. 여당은 앞서 민주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증액 없이 4조 1000억 원 규모의 감액안만 반영한 예산안을 처리한 것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표 공약인 지역사랑상품권과 고교 무상교육 예산 증액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용 카드’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한 철회가 없다면 야당과의 협상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다수의 위력으로 예결위 강행 처리 후 이를 지렛대 삼아 야당의 무리한 예산 증액 요구 수용을 겁박할 의도라면 그런 꼼수는 아예 접기를 바란다”며 “‘(여당이) 무릎 꿇고 빌면서 자기네들(야당) 정책 사업을 반영시켜주지 않겠느냐’는 헛된 망상은 버리라”고 선을 그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의 여야 원내대표 간 만찬 제안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사과와 철회가 없으면 그 어떤 대화도 무의미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실 역시 민주당표 감액안 철회가 전제되지 않는 한 증액을 포함한 어떠한 예산 관련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민주당은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를 철회하고 예산안 합의 처리에 나서기를 촉구한다”며 “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인해 민생·치안·외교 등에 문제가 생기고 국민들에게 피해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전적으로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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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야당은 2일 본회의에서 증액 없이 감액만 반영한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돼도 아쉬울 게 없다는 입장이다. 최종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정부의 내년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이 불가피한 만큼 지역사랑상품권 등 이른바 ‘이재명표 예산’은 추경을 통해 증액 예산에 반영하면 된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나라 살림을 정상화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로 부득이하게 법정 시한인 내일 본회의에 감액 예산안을 상정하기로 했다”며 “초부자 감세 저지와 권력기관 특활비 등 예산 대폭 삭감,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 등 확보에 최선을 다했지만 여야 간 합의가 불발되고 기획재정부는 (민주당이 요청한) 증액에 동의하지 않았다”며 파행 책임을 정부·여당에 돌렸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2일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4일 표결에 부치는 대여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검사 탄핵소추에 이은 헌정 사상 첫 감사원장 탄핵소추를 밀어붙이며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을 부각하고 사정기관의 편파 수사·감사 프레임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라 현재 170석을 보유한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 계획서를 이르면 4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2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입장을 내놓기로 했다.
정부·여당을 상대로 한 야당의 탄핵 및 예산 공세로 국가·정부의 기능 마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특히 대규모 예산 삭감으로 주요 부처의 업무 수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은 물론 반도체 등 첨단산업 경쟁력 강화 계획도 틀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정부가 지난달 27일 내놓은 ‘반도체 생태계 지원 강화 방안’은 내년도 예산안 제출 시점(9월) 이후기 때문에 국회 예산 논의 과정에서 추가가 절실한 항목이었다. 하지만 야당이 감액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예결위에서 통과시키면서 안에서 빠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여야가 모두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 데다 인프라 시설에 대한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어 큰 이견이 없었다”며 “구체적인 재정 지원 비율만 정하면 될 사안인데 야당의 감액 예산안 처리로 기존 논의는 물거품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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