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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1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내년도 예산 감액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증액을 포함한 어떠한 예산 관련 협상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서울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민주당은 예산 감액안 단독 처리를 철회하고 예산안 합의 처리에 나서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야당의 일방적 예산 삭감으로 인해 민생, 치안, 외교 등에 문제가 생기고 국민들에게 피해와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는 전적으로 야당인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가 국민의힘의 입장에 보조를 맞추며 야당 압박에 동참한 것으로 풀이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선(先) 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의 삭감안이 현실화 될 경우 범죄 및 재난 대응 등 국가의 본질적 업무 수행에 막대한 지장이 초래된다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검찰·경찰의 특수활동비 전액 삭감은 마약·범죄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게 한다”며 “미국 신 행정부 출범 이후 예상되는 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대응이 어렵고, 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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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제안한 “정부가 예산 증액 수정을 내면 협의하겠다”는 요구도 직접 거부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향후 모든 논의의 시작점은 단독 감액안 철회”라며 “철회 없이는 증액 협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예결위에서 삭감안을) 단독 처리하기 전날까지도 증액 얘기를 했다. 감액 철회 없이는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감액안에 이견이 있으면 추경을 편성하라’는 민주당 지도부 의견에 대해선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쟁이나 재해, 경기 침체 등 추경 사유가 발생하고, 확정된 예산으로 대처가 곤란한 경우 편성하는 게 추경”이라며 “추경을 검토할 사유가 있다면 여야가 협의해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대왕고래 프로젝트의 시추 예산을 삭감한 것에 대해선 “야당은 나라가 부강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느냐”고 항의했다. 이 관계자는 “대왕고래 프로젝트는 지정학적인 갈등이 높아지는 시기에 에너지 안보 강화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첫 시추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건 프로젝트 싹을 자르겠다는 것”이라고 따졌다.
또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투자소득과세를 2027년까지 미루는 정부·여당안에 야당이 동의하는 것에 관해 “실행이 실질적으로 이뤄진다면 투자자에 도움 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상설특검법 규칙 개정안에 대해선 “국회 추천 몫 특검 4명을 모두 자기 마음대로 앉혀 수사·기소를 독점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대통령이나 친인척을 대상으로 한 수사에서 여당을 배제한 채 상설특검 후보를 추천하는 국회 규칙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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