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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간병한 전신마비 형 숨지게 한 동생에게 내린 판결 속 한 문장에 눈가가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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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을 위해 청춘을 바친 동생이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남자, 법정 사진. ⓒ어도비 스톡
기사 내용과 무관한 남자, 법정 사진. ⓒ어도비 스톡

형은 26살이던 2003년 교통사고를 당해 뇌를 다쳐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팔, 다리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평생을 침대에 누워 지내야 했다. 동생은 결혼도 하지 않고 형을 간병했다. 그리고 하루아침에 집안의 가장 노릇을 하게 됐다.

무려 16년을 그렇게 지냈다. 형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몸 때문에 갈수록 짜증이 늘어났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럴수록 동생의 몸과 마음도 함께 지쳐갔다. 그럼에도 형을 씻기고 먹이고 옷을 갈아입히고 욕창이 생길까 싶어 몸을 이리저리 돌려놓고. 어머니가 잠시 집을 비웠던 2019년 9월 24일, 동생은 잠시 휴식을 취하고자 밖으로 나가 술을 마셨다.

만취한 채로 돌아온 동생을 보고 형은 분노했고, 스트레스가 폭발하여 ‘이XX’라며 동생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그 순간, 동생도 스트레스가 폭발했다. “욕하지 말라”며 형의 입을 틀어막고 목을 졸랐다. 그렇게 형은 세상을 떠났다.

동생은 다음 날 아침에 되고 나서야 알았다. 자신의 방에서 곯아떨어진 동생은 25일 아침, 평소처럼 형에게 물과 담배를 건네려고 했다. 하지만 그가 마주한 건 아무리 흔들어도 반응이 없는 형이었다. 심폐소생술까지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제야 어젯밤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동생은 오열했다. 그리고 경찰에 찾아가 자수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법정 사진. ⓒ어도비 스톡
기사 내용과 무관한 법정 사진. ⓒ어도비 스톡

2020년 6월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이창경)는 동생에 대한 살인 혐의를 인정했다. 징역 6년이었다. 하지만 동생이 ‘살해할 의도가 없었다’라며 항소한 가운데 형제의 딱한 사정에 선처 호소가 쏟아지자, 검찰도 상해치사를 예비적 죄명으로 하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 항소심 재판부의 허가를 받았다. 결국, 징역 3년 형으로 감형됐다.

항소심은 “동생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는 의심이 든다”라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상해의 고의를 넘어 살해하려 했다고 완벽히 입증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여기에 16년 동안 형을 돌봐온 점, 가족이 선처를 호소한 점, 사인을 경부압박 질식사로 추정은 되지만 단정할 수 없다는 부검 감정서 등을 바탕으로 상해치사죄를 적용하는 것이 옳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랑했던 형을 죽게 했다는 죄책감 속에 평생을 살아가야 한다”라며 그것이 무엇보다 큰 형벌이라며 징역 3년 형으로 감형한 이유를 밝혔다. 방청석에 있던 어머니는 고개를 숙인 채 숨죽여 눈물을 훔쳤다. 재판부가 징역 3년을 선고하자 “아들 둘 다 곁을 떠나면 어떻게 사느냐”고 호소했다.

배민지 에디터 / minji.bae@huffpost.kr

허프포스트코리아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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