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의 징계 요구 속에도 예상대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3연임 도전에 이어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도 4연임에 도전할 태세다.
지난 28일 축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 회장은 최근 차기 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결심, 다음 달 2일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연임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지난 2013년 축구협회장에 선임돼 3선을 하면서 한국축구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최근 위르겐 클린스만·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과 협회의 불투명한 행정 등 난맥상이 드러나면서 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월드컵 예선 홈경기에서 홈팬들이 “정몽규 나가!”를 경기 내내 외칠 정도.
문체부는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몽규 회장 등 관련자에게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 부적정 등 기관 운영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정 회장의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협회 측에 요구했다.
축구계 한 관계자는 “출마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여론과 정반대로 가는 행보를 보면서 ‘정말 이기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다수 축구팬들도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있고, 본인으로 인한 악재가 쌓여가고 있다. 한국축구를 사랑한다면 물러나는 것이 정말 축구를 위한 길 아닌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까지 축구협회장 선거는 2파전 양상.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회장출마를 선언하면서 정 회장과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지난 두 번의 단독 출마 때와는 구도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지만, 출마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2025년 1월8일 실시한다. 현재로서는 출마와 당선이 유력하다.
정 회장 보다 더 큰 의혹과 거센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이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로부터 차기 회장 선거 출마 자격 승인을 얻어 3선 도전이 가능한 상태다. 이어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를 제출, 3선 도전 행보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차기 체육회장 선거차기 체육회장 선거는 내년 1월14일.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통합 체육회 선거에서 당선된 이후 올해 말로 두 번째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종합 8위(금13/은9/동10) 성적을 이끌었지만, 체육회 운영 과정에서 각종 비위 혐의를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10일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대한체육회를 대상으로 비위 여부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직원 부정 채용,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 등의 사유로 이 회장 등을 수사 의뢰했다. 이어 문체부는 이 회장의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이기흥 회장은 체육계 부조리 중심에 있다는 비판에 휩싸인 상태다. 출마를 반대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3선 행보를 그리고 있다. 이 회장은 오히려 직무정지 처분이 내려진 지 하루 만인 지난 12일 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과 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후에는 집무실 출근을 강행하는 등 ‘마이 웨이’를 달리고 있다.
당선 가능성 역시 높다. 체육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은 지난 8년 동안 쉽게 말해 (표를 얻기 위한)바닥을 잘 다져놨다. 출마한다면 당선이 유력하다”면서 “사법 리스크는 나중 문제”라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이자 2024 파리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작심 발언’을 타고 수면 위로 떠오른 대한배드민턴협회의 김택규 회장 역시 비슷한 케이스다.
안세영 폭로 이후 이른바 ‘셔틀콕 페이백’, 보조금법 위반 등의 사유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지만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달 문체부는 보조금법 위반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김 회장에 대해 해임을 요구한 상태인데 연임 의지는 살아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인 비판 여론과 문체부의 전방위적 압박에도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인 체육계 수장들 모두가 살아 돌아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해당 단체 내 구조상 선거에 출마 한다면 현직의 당선 가능성은 높다.
진정 한국 체육계를 사랑한다면 내려놓는 것이 맞다.
이미 자정능력을 잃은 상태에서 향후 사법 리스크마저 안고 있는 회장들이 당선된다면, 체육계는 계속 불필요하고 비생산적인 논란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다. 더 안타까운 것은 개선을 위해 용기를 냈던 선수들이나 관계자들의 정의로운 결단의 가치가 희석되고 자칫 후회로 남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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