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오두환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경쟁이 치열하다.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임시 주주총회가 지난 28일 열렸으나 사실상 무승부를 거뒀다.
임시 주총을 앞두고 고소·고발전을 벌인 양측 중 어느 한쪽도 주주들로부터 확고한 지지를 받지 못하면서 경영권 쟁탈을 위한 우호세력 확보 경쟁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주총에서는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임주현 부회장의 ‘3자 연합’이 제안한 이사회 정원 확대안이 부결됐다. 특별안건 통과 요건인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이사회 정원이 기존 10명으로 유지되면서 3자 연합이 추가할 수 있는 이사 수도 목표로 한 2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
일반안건인 신 회장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은 출석 주주 과반의 동의를 얻어 통과되면서 이사회 구도가 한미사이언스 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대표 ‘형제측’ 5대 ‘3자 연합’ 4에서 5대 5로 같아졌다.
3자 연합이 목표로 한 이사회 장악에는 실패했지만 이사회 구성원 동수 재편에는 성공해 절반의 승리를 거둔 셈이다.
우호 지분이 25.62%로 3자 연합보다 8%포인트가량 적었던 형제 측으로서도 이사회 정원 확대를 막아내 선전한 셈이다.
이러한 결과는 한미사이언스 지분 5.89%를 보유한 ‘캐스팅 보트’ 국민연금이 지난 26일 이례적으로 주총 안건에 대한 ‘중립’ 선언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이제 다음 대결은 달 19일 예정된 주력 계열사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벌어질 전망이다.
형제 측이 한미약품 주총에서는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기타비상무이사인 신 회장 등 이사 4명 해임을 추진한다.
한미사이언스는 한미약품 지분 41.42%를 보유하고 있지만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안건이어서 통과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절반을 차지하게 된 3자 연합이 이사회 결의를 거칠 것을 요구하며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를 막아설 수도 있다.
3자 연합 측은 한미약품 주주총회안건에 대한 한미사이언스의 의결권 행사가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임종훈 대표 한명의 판단에 따른 의결권 행사를 막기 위한 가처분을 법원에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
한미약품 이사회 장악을 놓고서도 공방이 장기화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개편에 이어 한미약품 이사진 교체까지 조기에 결론 나지 않을 경우 양측은 내년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에서 진검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임 대표는 이날 주총 직후 “이사회가 동수로 재편됐는데, 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회사 발전을 이끌고 오는 12월 19일 예정된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한미사이언스 경영 체제의 중요한 변화를 앞두고 이사회에 진입하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치열한 분쟁 상황이 지속되는 작금의 상황을 빠르게 정리할 수 있도록 보다 충실히 책임감 있게 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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