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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 회귀한 건설·소비… 제조업은 출하 줄고, 재고 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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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외벽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과 건설사의 호소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지난 21일 서울 성북구 장위4구역 재개발 공사 현장 외벽에 ‘공사 중지 예고’ 현수막과 건설사의 호소문이 게시돼 있다. /뉴스1

건설업종 시공 실적이 ‘코로나 팬데믹’ 시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10월 건설업 생산지수는 지난 5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했다. 건설업 생산지수가 이처럼 장기간 감소세를 보인 것은 16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소비도 2개월 연속 전월 대비 하락했다. 지난달 소매판매액(불변지수)은 2020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제조업에서는 출하는 줄고, 재고는 쌓이는 경기 침체 전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 10월 건설기성액, 2017년 이후 세번째로 적어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2024년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0월 건설업 생산지수는 90.9(2020=100)로 전월 대비 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2020년 연평균치보다 건설 생산이 10% 가까이 줄었다는 의미다.

건설생산 감소는 건설기성액 추이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건설기성은 건설업체의 국내공사 현장별 시공 실적을 금액으로 조사하여 집계한 통계를 말한다. 지난달 건설기성액은 9조2125억원으로 2021년 11월 이후 3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건설 현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던 수준으로 내려간 셈이다.

그래픽=정서희
그래픽=정서희

지난달 건설기성액 규모는 2017년 1월 이후 세번째로 적은 달이다. 이 기간 건설기성액이 가장 적었던 달은 2021년 1월이었다. 당시 건설기성액은 9조935억원이었다.

건설 수주도 줄었다. 지난달 건설수주는 전월 대비 11.9% 감소했다. 토목에서 34.3% 증가했으나, 건축에서 22.9% 감소한 영향이 컸다.

정부 내에선 건설업이 본격적인 ‘침체 사이클’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귀범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건설경기 사이클은 짧으면 14개월, 길면 50개월도 넘어간다”면서 “한번 사이클이 내려가면 올라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라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건설업은 노동집약적 산업으로, 침체되면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하게 된다”면서 “이는 고용 악화와 내수 침체로 이어진다. 지방 부동산 회복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하락일로’ 걷는 소매판매… 제조업도 ‘경고등’ 켜져

소매 판매도 두 달 연속 감소했다. 지난달 소매판매액지수는 101.1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소매판매액 지수는 9월에도 전월 대비 0.5% 감소한 바 있다.

소비 악화 흐름은 불변지수로 보면 더 명확하다. 소매판매액지수 불변지수는 2022년 2분기 0.2% 감소한 이후, 올해 3분기(-1.9%)까지 10분기 연속 감소했다. 여기에 4분기 시작달인 10월에도 0.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내수 흐름이 ‘부진’을 넘어 ‘침체’로 접어들었다는 평가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지금의 내수 소비 흐름은 부진보다 ‘침체’가 더 적절한 표현”이라며 “경기 흐름이 전반적으로 하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한 전통시장 상점이 폐업해 임대 안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한 전통시장 상점이 폐업해 임대 안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러한 경기 하강 흐름은 제조업에서도 나타난다. 출하가 줄고, 재고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제조업 출하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감소하면서 전월 대비 4.2% 감소했다. 내수 출하는 보합세를 보였지만, 수출 출하가 전월 대비 9% 감소했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을 견인하던 수출 증가 흐름이 둔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제조업 중에서도 올해 강세 흐름을 보이던 반도체 출하가 전월 대비 16.7% 줄었다. 반도체 수출 출하는 전월 대비 19.2% 감소했다.

출하 감소 영향으로 제조업 재고는 전월 대비 1.2% 늘었다. 출하가 크게 감소한 반도체의 재고가 전월 대비 9.9% 증가했다. 제조업 전체의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112.7%로 전월 대비 5.9%p 상승했다.

이에 대해 김귀범 과장은 “분기말 밀어내기 현상이 짙게 나타나는 반도체업은 분기초에는 재고가 쌓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경향성이 이번 산업활동통계에서도 나타난 것”이라면서 “우려가 제기되는 ‘중국발 밀어내기’의 영향도 크지 않다. 중국의 주력 생산 메모리 반도체는 DDR4, 우리의 주력 생산품은 그보다 고사양인 DDR5로 제품군이 겹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외부의 평가는 정부와 달랐다. 주원 실장은 “내수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출이 꺾일 수 있다는 신호가 10월 산업활동동향에서 포착됐다”며 “흐름을 봤을 때 내년 경제 상황이 상당히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압박이 본격화할 내년 4분기부턴 수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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