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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합리적으로 핀셋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실제로 이뤄지면 굳이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상법 개정을 안 해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전체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이 대표가 자본시장법 개정 등을 옵션으로 한 정부·여당과의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는 28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 간담회에 참석해 “상법 개정이 아닌 공개 등록된 회사들에 대해서만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며 “그러나 여당에 맡긴다면 이번 국회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논의만 하다 끝날 가능성이 99.9%”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법 개정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조항 개정이 될 것이고 그 외 주주의 평등한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 지배 경영권 남용 방지를 위한 각종 제도들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서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주당은 앞서 이달 19일 상법 개정안을 당론 법안으로 발의했다.
시장과 정계에서는 이 대표가 연내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지만 방점은 협상 가능성에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이날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과의 간담회에서 “100만 개가 넘는 기업이 적용되는 상법 개정보다 2400여 개 상장법인에 대한 자본시장법 내 주주 보호 원칙을 두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 확대 자체에 반발하는 상장회사협의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역시 상법 개정안은 기업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면밀히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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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를 추가하는 상법 개정 강행 입장에서 사뭇 유연한 입장을 보인 것은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는 평가다. 이 대표는 “합리적인 자본시장법 개정이 실제 시행되면 상법 개정을 일부 바꿀 수 있다”며 당론과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의원직 상실과 피선거권 박탈 위기에 놓인 이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처럼 자신의 정치적 리더십을 통해 수권 능력을 드러내기 위한 묘수라는 것이다. 정부·여당이 상법 개정의 대안을 제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하기도 했다.
이날 이 원장도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하면서 이 대표의 발언에 즉각 응답한 모양새가 됐다. 이 원장은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현재로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주주 보호 원칙을 두는 것이 상법상 주주 충실 의무를 도입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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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이 제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주주 보호 원칙’을 특별 규정으로 신설하는 것이다. 상장법인의 합병 등 자본거래로 적용 범위를 한정하되 구체적인 절차 의무를 부여해 이를 지키기만 하면 이사의 면책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상법 개정으로 우려되는 소송 남발이나 경영 위축 등 부작용 우려를 줄이면서도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일종의 절충안을 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조만간 자본시장법 개정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따라서 정부·여당과 야당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극적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나온다. 기본법인 상법은 개정 자체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법 적용 대상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건 양측 모두 부담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비상장법인 수는 102만 8496개로 상장사(2464개) 대비 417배나 많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 논의는 상장법인의 합병, 물적 분할 등을 발단으로 시작했는데 자본시장과 관련성이 상당히 낮은 기업 모두에 적용되는 방식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날 이 대표가 상법보다는 자본시장법이 적절하다고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이 대표는 “상법이 광범위하게 일반적인 법이기 때문에 비상장인 소규모 기업이나 가족회사까지 적용할 것인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기본적으론 다수의 일반 주주가 있는 회사에 적용하는 것이 맞고, 그러면 자본시장법에 집중하는 것이 체계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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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점도 부담이다. 이날 대한상의가 개최한 지배구조 관련 세미나에서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총주주의 이익’ ‘주주의 비례적 이익’ 등이 개념적으로도 모호하고 이사의 구체적인 책임 범위와 행동 지침을 제공하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석훈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도 “법체계 전반에 파급효과가 큰 상법 개정보다는 문제 사례별로 핀셋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연내 상법 개정안을 처리할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기국회(12월 10일) 이내 처리할 가능성도 제기되는 만큼 정책적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이 원장이 제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부·여당의 공식안이 되더라도 민주당이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민주당은 다음 달 4일에는 상법 개정과 관련해 재계·투자자·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끝장 토론을 열기로 한 상태다.
일부 기업들의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이어지는 점도 상법 개정 필요성의 근거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상법 개정 완수를 촉구하면서 해외 기관투자가를 비롯한 109명의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이 원장도 “자본시장법상 주주 보호 원칙에 대해서도 신중하자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조차도 충족을 못 한다면 현실적 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기업도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주주 목소리를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과도한 입법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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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상법 개정에 대한 부담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는 현행 상법상 주주총회와 이사회 결의 사항은 99개로, 의사 결정 관련 규제가 생길 경우 책임과 비용이 크게 확대된다고 분석했다. 상장사라고 해도 중견기업은 사내 법무 조직이 있는 기업이 10곳 중 3곳에 불과한 만큼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상장협 관계자는 “추가적인 법적 의무는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크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 국장부활TF(대한민국 주식시장 활성화TF)는 2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업인들을 만나 상법 개정에 대한 경제계의 건의 사항을 청취한다. 이 자리에는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수펙스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하범종 LG 사장 등 기업인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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