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서용하 기자= 한국은행이 향후 우리나라 수출이 미국 보호무역 강화와 중국과의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한은은 28일 수정 경제 전망과 함께 발간한 ‘우리 수출 향방의 주요 동인 점검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수출 흐름을 좌우할 주요 구조적 요인으로 인공지능(AI) 발전, 중국과의 경쟁 심화, 그리고 美 보호무역 강화를 지목했다.
먼저 AI 산업 발전으로 우리 수출은 고성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국 반도체 기업 CXMT 등의 추격은 위기 요인으로 봤다. 중국 반도체는 정부의 막대한 지원, 거대한 내수시장과 같은 강점을 기반으로 기술 수준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반도체는 과거와 달리 고객의 필요에 따라 사양이 달라지는 상품별 특성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고성능 반도체인 HBM 등의 수출은 호조를 지속하고 있으나 저성능 반도체 DDR4 등은 빠르게 위축되는 추세다.
HBM은 빅테크 기업들의 AI인프라 투자에 힘입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관련 제품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DDR4의 경우 PC 수요가 많이 감소한 데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길어지면서 수요가 둔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최근 CXMT 등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저가 판매 확대도 우리 저사양 반도체 수출 둔화에 일부 영향을 준 것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다만 우리 기업들이 최근 DDR4 생산 비중을 크게 줄여나가고 있어 저성능 반도체 부진 영향은 갈수록 제한적일 것으로 한은은 판단했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의 반도체는 아직은 주로 내수용으로 소비되고 있고, 우리 주력 제품보다 기술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라면서도 “중국의 반도체 기술 추격 및 점유율 확대는 우리 수출에 있어 가장 큰 위협요인”이라고 했다.
이어 “중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은 막대한 투자, 거대한 내수시장, 그리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인재 유치 등을 고려할 때 우리와의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미 보호무역 강화와 관련해선 향후 불확실성이 있긴 하지만 대(對) 중국 고율 관세 부과와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통상 압력 강화는 실현될 가능성이 커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미국은 첨단기술과 자국내 시장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이미 AI칩, 반도체 제조 장비 등의 대중 수출을 규제하고 있으며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 등에 대해 부과하던 관세를 올해 추가로 인상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고율 관세 부과 등 무역 제재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더욱 강력한 중국 제재를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의 대미 수출이 둔화되고 내수 부진이 심화한다면 우리의 대중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은은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 수출에 반사이익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봤다. 미국의 대중 제재 대상이 우리와 경쟁 관계인 첨단산업에 집중돼 있어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가 늦춰지고 중국 제품들의 미국 내 가격경쟁력이 약화한다면 우방국들을 중심으로 우리 제품이 중국산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한은은 최근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 규모를 고려하면 통상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최근 우리 대미 무역흑자는 2023년 444억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에도 50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과거에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해 세이프가드 발동 , 세탁기, 철강 제품관세 부과, FTA재협상 요구 등 통상 압력을 가한 경험이 있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미국의 통상 압력이 과거보다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면서 “만일 미국의 보편 관세가 우리나라에도 부과될 경우 자동차, 기계 등의 수출이 미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등으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우리 수출이 구조적 제약 요인들을 이겨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확보하고 첨단산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며 “외교‧통상 분야에서도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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