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홍기원 기자】 해외에서 진행된 기본소득과 관련한 실험만으로는 기본소득의 효과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시적인 실험이 아닌 현재 지역별로 추진 중인 비슷한 정책에서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효과를 찾는 모습이다.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해외 기본소득 실험 오해와 진실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핀란드, 인도, 나미비아 등에서 진행된 기본소득 실험의 내용과 의미를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핀란드는 지난 2017년과 2018년 최초로 전국 단위의 무작위 통제방식을 채택해 기본소득 실험을 했다. 앞서 나미비아는 2008년부터 2009년까지 930명의 오티베로 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했으며 인도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마디아 프라데시주의 9개 마을에서 기본소득 실험을 실시했다.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부 이건민 교수는 발제를 통해 기본소득 실험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는 핀란드 사례에 대해 “기간이 제한적이라 노동문화를 변화시킬만큼 충분하지 않았으며 통제집단을 필요로 해 보편적으로 진행될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떨어져 사는 사람에게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형태이기에 네트워크공동체 효과를 볼 수 없었고 대규모로 지급되지 못해 노동시장의 효과, 거시경제 효과를 식별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나미비아의 실험은 연금수급자를 기본소득 지급 대상에서 제외해 실험이라 부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며 “인도의 실험은 기본소득을 받는 사람들의 식량 자립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했고 시장 구매력을 향상시켰다. 의료서비스 선택권이 더 늘어났고 부채 악순환에서 벗어나는 모습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향후 기본소득 실험이 실시된다면 가급적 현실에서 기본소득이 도입됐을 상황과 유사한 형태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소득과 비슷한 유형의 정책이 지역 곳곳에서 실시되고 있다. 해남군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된 농민수당, 경기도 청년기본소득, 신안군 햇빛바람연금 등은 일부 요건이 충족된 과도기적인 기본소득으로 볼 수 있다.
민주연구원 정상희 수석연구위원은 “기본소득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제도적 기반인 법률제정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선군과 장수군이 군민기본소득 지급을 추진하다 무산되는 등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국회가 관련 법률을 제정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걸림돌을 제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오준호 소장은 “단편적인 효과 비교를 넘어서 기본소득이 지향하는 새로운 복지국자의 삶을 제안하고 그에 맞는 실험을 해야 된다”라며 “한국형 기본소득 실험에서는 반드시 공동체네트워크 효과를 측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청년밀집지역, 인구소멸 위기의 농촌지역, 제조업 위기의 산업지역 등을 선택해 실험을 실행하자는 내용이다.
또, 사단법인 기본사회 강남훈 이사장은 “조세의 형식적 부담과 실제적 부담을 구분해서 설득할 필요가 있다”면서 ‘조세’를 결합한 기본소득 추진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기본소득은 내면서 받는 제도인데 받는 액수는 같아도 내는 액수는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여러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기본소득 연구포럼 대표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기본소득의 근본 목표에 대해 “모든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권 보장”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기본소득은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완화하고 기존 복지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잠재력을 지녔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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