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안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 “깊은 유감”
위헌 소지 크다…11월 말까진 심사 마쳐야
제도적 장치 없어지면 국회 의결 늦어진다
설득력 부족해…“대내외 신뢰 하락 불가피”
정부가 28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정시한 초과 시 정부의 예산안이 자동으로 부의되는 ‘예산안 자동부의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대통령께 재의 요구를 건의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예산안·부수법안 자동 부의 제도 폐지’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주무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법률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자동 부의 제도가 폐지되면 국회에서 소관 위원회가 예산안 심사를 마쳐야 하는 기간의 제한이 없어져 예산안 최종 의결이 헌법상 기한인 12월 2일을 넘길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정부는 예산안 의결 지연이 민생과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 등 법률안의 문제점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국회에 신중한 논의를 요청했다”며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안은 헌법이 정한 예산안 의결 기한(12월 2일)을 준수하지 않는 상황을 정당화해 위헌 소지가 크다”며 “늦어도 11월 30일까지는 예결위 심사를 마쳐야 한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그러나 법률안은 11월 30일이 지나도 예결위와 상임위가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 헌법 규정에 반하는 상황을 명시하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예산안의 국회 의결이 지연되면 정부는 물론 지자체와 정부 보조기관은 기간 부족으로 예산 집행을 충실히 준비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며 “취약계층 일자리,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사업을 연초부터 집행하기 위해서는 회계연도 개시 전인 12월에 예산을 미리 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예산안이 12월 초에 의결됐을 때는 상당 규모의 예산을 회계연도 개시 전에 배정해 왔으나 최근 2년과 같이 국회 의결이 12월 하순까지 지연될 경우에는 이를 실시하지 못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의 확정도 지연돼 고용, 기업투자, 소비 등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에 불확실성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충분한 예산안 심사를 위해 자동 부의 제도 폐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 공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법률안 개정 사유로 들고 있는 충분한 국회 심사기간 확보도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2014년 5월 자동 부의 제도가 시행될 때 국회가 충분한 심사기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 예산안을 헌법이 정한 기한인 10월 2일보다 한 달을 앞당겨 9월 2일까지 제출하도록 국가재정법을 개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법률안 시행으로 예산안 늑장 의결이 반복될 경우 국가시스템에 대한 대내외의 신뢰 하락이 불가피하다”며 “자동 부의 제도를 시행하기 전에는 법정기한 내 예산안이 처리된 적이 매우 드물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11년 연속 법정기한을 넘겨 예산안이 의결됐고 심지어 2012년과 2013년에는 해를 넘겨 1월 1일에 의결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때마다 준예산 사태에 대한 우려 등 불필요한 사회적 논란이 반복됐는데 자동 부의 제도가 폐지될 경우 과거로 회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국민께서 내주신 세금은 필요한 시기에 효과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국회가 예산안과 세입예산안 부수 법률안을 헌법이 정한 기한 내 의결하고, 행정부도 이에 대한 집행을 충실히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재의요구를 건의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국회의 예산심사 법정 기한이 지나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지 않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28일 민주당 주도로 통과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272명 중 찬성 171명, 반대 101명으로 가결됐다.
개정안은 국회가 예산심사 기한인 매년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원안과 세입부수법안을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하는 제도를 폐지하고,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하게 의무화한 것이 골자다.
앞서 국회법의 예산안 및 부수 법안 자동 부의 조항은 2014년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 도입 당시 포함된 내용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국회의 예산 심의·의결권 강화를 내세워 국회법 개정안을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바 있다.
정부와 여당은 해당 개정안이 국회 선진화법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고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위배한다며 법안 처리를 반대했다는 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