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 학생들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여성단체들이 “학생들의 시위를 ‘불법’, ‘손해’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학생들을 악마화하는 정치권과 언론”을 규탄하며 “성차별과 여성혐오에 근거한 혐오 표출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학교 측에 학생들과의 투명한 의사소통 절차를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총 69개 여성단체는 지난 27일 공동성명을 내고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를 둘러싸고 ‘폭력 사태’, ‘비문명’을 운운하거나 ‘이 대학 출신 며느리는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거’, ‘여대출신 채용 배제’ 등의 말이 정치인과 기업, 언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며 “남녀공학 전환을 둘러싼 맥락과 상황을 소거시킨 채 사태의 본질을 왜곡하고 학생을 학교 공동체의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비민주적 학교의 행태를 승인하고 강화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동덕여대 학생들은 학교가 소통 없이 남녀공학 전환 추진을 논의한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11일 반대 시위를 시작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반복되는 비민주적 의사결정 사례를 비판하며 ‘공학 전환 논의 전면철회’를 요구했고, 지난 21일 처장단과 학생 대표단의 2차 면담 후 본관 외 다른 건물 점거를 해제했다. 하지만 지난 25일 3차 면담에선 본관 점거 해제 여부 등에 대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결렬됐는데, 김명애 총장은 직후 성명을 내고 “폭력 사태, 교육권 침해, 시설 훼손 및 불법 점거에 대해 법률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을 단호히 실행하겠다”고 했다.
시위 과정을 보도한 언론 대다수는 시위를 ‘폭력’, ‘난장판’ 등으로 규정하며 묘사하는데 그쳤다. 학생들을 향한 혐오·조롱성 댓글은 그대로 기사화됐고, 시위를 “비문명”, “망상적 테러 행위”라고 칭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이기인 최고위원 등의 발언은 확산됐다. 학교 측이 시위로 학교가 입은 피해 금액을 밝힌 후에는 손해배상 중심의 보도가 이어지며 한국 언론이 시위와 파업을 위축시킨다고 지적 받는 보도 행태와 유사한 문제가 반복됐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이미 벌어진 재산상의 피해 등에 대해 ‘폭력 사태 주동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관련해 여성단체들은 “학교는 민주적 운영에 관한 학생들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한 반성은 커녕 문제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외부 세력의 참여’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등 학생들의 시위를 폄훼하고, ‘(수업 정상화를 위해) 설득이 아니라 학생회에서 명령을 해야 한다’는 반민주적 요구를 하고 있다”며 “특히 심각한 것은 학교 측이 학생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업무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민주주의 교육공동체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일들을 부끄러움 없이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언론과 정치권을 향해서도 “학교의 잘못된 행태에 대한 비판과 민주적 학교공동체의 회복에 집중하기 보다는 현 상황을 ‘불법’, ‘손해’의 프레임으로 이동시키는 정치권과 언론의 부적절한 행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특히 채용성차별까지 시사하는 공공기관장과 기업의 차별적 언행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했다. 지난 16일 한국산업인력공단의 이우영 이사장은 동덕여대 출신 학생을 채용에서 걸러내고 싶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논란이 커지자 삭제했다.
이들 단체는 “학생들을 악마화하는 정치권, 언론, 기업의 성차별적 시선과 태도, 이런 담론에 힘 얻은 혐오세력들이 온라인 상에서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협박과 혐오발언을 쏟아내는 현실이 우리 사회에 여성혐오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정치권, 언론, 기업이 보여주고 있는 성차별적, 여성혐오적 행태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지금 필요한 것은 학교와 학생 간 평등하고 투명한 의사소통 절차를 보장함으로써 민주적인 학교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학생 의견 수렴이 민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논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 그 책임은 전적으로 학교에 있다”며 “학교는 학생들의 문제 제기와 요구를 겸허히 수용하고 대화에 나서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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