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원인이 4개월간 진행된 경찰 수사에도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화재 피해를 키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4명은 곧 검찰에 넘겨질 예정이다.
28일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따르면 경찰은 형사기동대장을 팀장으로 전담팀까지 꾸려 4개월 동안 수사했으나 명확한 화재 원인은 밝혀내지 못했다. 경찰은 벤츠코리아 서울 사무실을 포함한 4곳을 압수수색하고 합동 감식도 3차례 진행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감정 후 불이 난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 팩 아래쪽에 외부 충격이 가해져 손상되면서 불이 났거나 배터리 팩 내부의 ‘절연 파괴’(절연체가 특성을 잃는 현상) 과정에서 발생한 전기적 발열로 발화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찰은 일부 차량 전문가들도 외부 충격으로 전기차 배터리 셀이 손상돼 불이 났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배터리 관리시스템(BMS)이 완전히 불에 타 정확한 화재 원인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자체 결함이 확인되지 않으면서 벤츠코리아와 독일 벤츠 본사는 형사 처벌을 피했다. 경찰은 벤츠코리아와 독일 벤츠 본사 관계자들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형사 입건할 혐의를 찾지 못했다. 당시 독일 벤츠 본사 소속 기술자는 경찰 조사에서 “배터리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우리도 정확한 원인을 모르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88건 중 주차된 상태에서 저절로 전기차에서 화재가 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 관계자는 “불이 난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회사에서 배터리셀을 받아 자체 기술로 배터리팩을 제작한 뒤 차량에 장착한 부품”이라며 “해당 차량 하부에 외부 충격을 줄 만한 운행 이력은 없었고 다른 이유로 ‘리콜’을 받은 내역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스프링클러는 일부러 끄지 않았다면 제대로 작동했을 것”이라며 “화재 발생 후 조치가 미흡해 피해가 커졌기 때문에 관련자들에게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를 적용했다”고 덧붙였다.
또 형사기동대는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청라국제도시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A씨 등 4명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A씨 등은 지난 8월 1일 인천시 서구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때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입주민 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야간 당직자였던 A씨는 불이 난 직후 정지 버튼을 눌러 스프링클러가 작동되지 않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입주민 등 23명이 연기를 마시거나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 치료를 받았고, 차량 87대가 불에 타고 783대가 그을리는 등 피해가 컸다. 연기를 흡입한 23명 가운데 3명은 경찰에 상해 진단서를 제출했다. 당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경보기 등이 오작동하면 아파트 입주민들이 항의할 수 있어 일단 스프링클러부터 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함께 입건된 피의자들은 아파트 관리사무소장과 총괄 소방 안전관리자 등이다. 경찰은 이들도 초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평소 안전 관리를 적절하게 하지 않아 이번 화재와 관련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평소 직원 등을 대상으로 화재에 대비한 대응 교육이나 훈련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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