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이틀째 많은 눈이 내려 쌓이면서 시민들이 출근길에 큰 불편을 겪었다. 길이 막힐 것을 예상해 승용차나 버스 대신 지하철을 타러 갔지만, 경기 남부에서 서울을 잇는 수인분당선과 수도권 전철 1호선은 폭설에 지연 운행해 시민들이 지각을 걱정해야 했다. 서울 내 지하철 승강장에도 너무 많은 승객들이 몰려 들어오는 열차에 탑승하지 못하고 보내야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9시 현재 서울과 경기 남부 지역에 대설 경보가 발효돼 있다. 경기 수원에는 42.8㎝, 안양 만안에는 40.3㎝의 눈이 쌓였다. 서울(종로구 송월동 기상관측소)은 27.1㎝, 관악구는 40.8㎝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인천은 25.2㎝다.
전날에는 서울과 경기 북부 지역에 강설이 집중됐다. 이날은 경기 남부에 많은 눈이 쌓인 가운데 오전 5시35분 군포~금정역 상행선로 위로 나무가 쓰러져 일부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수인분당선도 제설 작업 때문에 차량기지에서 전동열차가 늦게 나와 양방향 모두 지연 운행했다.
이날 오전 8시쯤 수인분당선 대부분 열차의 서울 방향 종착역인 왕십리역 승강장은 매우 혼잡했다. 안전사고가 우려돼 승객들이 승강장으로 올라가지 못하도록 역무원이 막을 정도였다. 에스컬레이터 운영을 중단하기도 했다.
승객들이 “(열차 언제 들어와요?” “왜 안 와요?”라고 물었지만, 역무원은 “모른다”고 말했다. 답을 들은 승객들은 2호선을 타러 뛰어가기도 했다. 회사에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는 사람도 있었다. 역사 내에서는 선릉행 열차가 30분 뒤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경기 남양주시 마석동에서 서울 강남구 양재동으로 출근하는 이상수(29)씨는 “경의중앙선을 타고 이동해야 할 것 같다”며 “눈 때문에 집에서 평소보다 10분 일찍 나왔는데, 제 시간에 출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소 서울 강남구 역삼동 자택에서 나와 수인분당선을 타고 왕십리역에서 2호선으로 환승해 시청역 인근 직장으로 출근하는 한 직장인은 이날 지각이 걱정돼 수인분당선 탑승을 포기했다. 대신 선릉역에서 지하철 2호선을 거의 반 바퀴 돌아 출근했다. 출근하는 데 20분 더 걸렸지만 집에서 일찍 나와 지각은 피했다.
경기 남부에서 서울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광역버스를 포기하고 전철로 몰렸다. 이날 오전 7시30분쯤 군포 산본신도시에서는 광역버스 정류장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사당행 4호선 승강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승객이 많았다.
평소처럼 광역버스를 탄 직장인은 도로 위에서 한참을 보냈다. 경기 화성시에서 출발해 사당역에 도착하는 7790번 광역버스를 타고 출근한 김모(27)씨는 “평소 1시간 걸리는데, 오늘은 2시간 걸렸다”고 말했다.
경기 용인시에서 서울 광진구로 출근하는 유도현(46)씨는 원래 승용차로 출근하는데, 이날은 신분당선을 탄 뒤 2호선으로 갈아탔다. 유씨는 “평소보다 20분 먼저 집에서 나왔다”며 “6개월 전에도 지하철을 타고 출근한 적이 있는데, 훨씬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급경사가 많은 지역에서는 마을버스가 운행을 중지하기도 했다. 관악구 신림동에서 강남역 인근 직장으로 출근하는 이모(55)씨는 “원래 집 앞에서 신림역까지 마을버스를 타는데, 오늘은 골목길이 빙판이어서 버스가 오지 않아 30분 가까이 걸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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