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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기대 못 미친 삼성전자 인사… 그래도 눈길 대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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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삼성전자 인사에서 대표이사로 내정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NRD-K 설비 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11월 삼성전자 인사에서 대표이사로 내정된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NRD-K 설비 반입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안팎에서 관심이 집중됐던 삼성전자 사장단 인사가 27일 이뤄졌다.

뚜껑을 열기 전까진 “싹 갈아엎을 것”이라거나 “이재용 회장의 성격이나 그가 처한 여건을 감안할 때 그러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교차했다.

결과는 후자였다. “인적쇄신 단행”이라는 표현도 있지만, 쇄신이라고 하기에는 한참 부족해 보이는 인사다.

삼성전자 인사가 임박하면서 시장에서는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을 축으로 고착화된 ‘관리의 삼성’이미지 쇄신에 대한 기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재용 회장의 답은 “NO”였다.

실제로 이번 인사에서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은 모두 유임됐다.

삼성 안팎에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변죽만 울리고 핵심은 피해갔다” “방향은 잘 잡았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쳤다” “위기의 핵심은 기술뿐 아니라 기업문화와 리더십인데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등등 다소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많다.

전직 삼성전자 임원은 “사정이야 있겠지만, 지금의 위기를 돌파하려면 혁신과 도전이 필요한 데 엔지니어 출신 윗선 교체로 이게 가능하겠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재용 부회장으로선 불가피했다는 진단도 내놓는다.

내년 2월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관련, 선고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지도부에 대한 전면 물갈이는 쉽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 일각에서 이번 사장단 인사폭이 시장의 기대만큼 크진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 인사 중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연합뉴스
삼성전자 인사 중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한진만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연합뉴스

사법리스크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수뇌부를 대폭 물갈이할 경우 재판 결과에 따라서는 자칫 리더십 공백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재용 회장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인사였다는 이야기는 이런 여건을 감안한 분석이다.

실제로 삼성 인사를 들여다보면 눈길을 끄는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사장단 인사를 통해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의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취약성이 드러난 HBM(고대역폭 메모리)과 파운드리를 따라잡기 위해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대표적인 게 지난 5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 부문장으로, 구원 등판한 전영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하면서 메무리사업부장을 겸임토록 한 것이다.

지난 인사 때 물레방아를 거꾸로 돌렸다는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추진력을 겸비한 전 부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전 부회장은 2000년 메모리사업부에 입사해 D램 개발을 맡았고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했다.

김용관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담당사장. 연합뉴스
김용관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담당사장. 연합뉴스

그는 삼성 위기론을 돌파할 카드로 ‘메모리 초격차’를 다시 꺼내 들었다. 맹렬한 추격을 받고 있는 메모리와 뒤처진 HBM 경쟁력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부회장은 지난 7월 취임한 지 한 달여 만에 HBM 개발팀을 신설한 바 있다.

‘전략통’인 김용관 사장이 DS부문에 신설된 경영전략담당 자리에 앉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막바지 검증 단계에 있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파운드리 고객사 유치 등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HBM 6세대인 HBM4부터 파운드리 1위 대만 TSMC와의 협력 여부도 관심사다.

전 부회장은 경계현 사장이 맡았던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도 겸임하며 메모리 기술 경쟁력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경 사장은 미래사업기획단장 자리도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 사장에게 위임하며 퇴장 수준을 밟고 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을 포기할 수 없다는 의지도 강력히 표명했다.

파운드리는 수주 부진과 낮은 수율 등으로 삼성전자 위기설의 근원이다. 따라잡겠다던 TSMC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여기서 미국에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온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파운드리사업부장을 맡은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한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뉴페이스이자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그는 미국에서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전망이다.

특히 최근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설계) 사업의 분사에 관심 없다고 밝힌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담긴 인사라는 평가다.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서울신문DB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서울신문DB

파운드리사업부에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한 것도 이번 인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파운드리 CTO를 맡은 남석우 사장은 반도체 연구소에서 메모리 전제품 공정개발을 주도한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다. 이번에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에서 자리를 옮겼다.

삼성에서 한 사업부에 두 명의 사장을 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지금은 어렵지만, 파운드리를 중단하지 않고 반드시 따라잡겠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읽히는 대목이다.

남 사장은 시장 선점을 위한 선단 공정 기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전망이다.

한편,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5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성곤 선임기자gsgs@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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