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무혐의 처분한 서울중앙지검 지도부 검사들에 탄핵을 추진하자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와 부장검사들이 연이어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야당과 검찰의 충돌을 놓고 28일자 아침신문이 상반된 사설을 냈다. 조선일보는 검사 탄핵이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 했고 한겨레는 반대로 반발하는 검사들이 “염치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오는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서울중앙지검 이창수 지검장과 조상원 4차장,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해당 검사들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는 하지 않으면서 야당 대표와 비판 언론 등은 선택적으로 수사해 직무유기 등의 탄핵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중앙지검 부장검사 33인은 “위헌적 시도로 검찰의 지휘체계를 무력화시킨다”고 반발했다.
중앙일보 “탄핵? 민주당의 도를 넘은 분풀이”
조선일보는 검찰의 편을 들었다. 28일자 사설 「또 검사 탄핵한다는 민주당, 헌법과 국회에 대한 모독」을 내고 “검찰이 이 사건을 4년가량 끌다가 뒤늦게 무혐의 처분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헌법상 탄핵 소추는 직무 집행 중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탄핵에 대한 민주당의 의도도 ‘무력화’에 있다고 봤다. 조선일보는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없는 사람들을 탄핵할 수 없다는 것을 민주당이 모를 리 없다”며 “탄핵 소추의 목적이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를 마비시키려는 정치적 목적인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서울중앙지검도 얼마 전 1심 징역형 선고가 난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을 비롯해 ‘대장동’ 사건 등의 재판을 맡고 있다. 그 서울지검장 등을 탄핵하려는 것은 이 대표 방탄용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 뒤 “중대한 헌법 조치인 탄핵을 정치용으로 남발하는 것은 헌법과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도 사설로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사설 「국가 기관과 제도의 마비를 노리는 민주당의 폭주」에서 “검찰의 불기소 결정이 민주당의 관점에선 부당하게 보이겠지만 그렇다고 관련 검사들을 탄핵하겠다는 건 도를 넘은 분풀이일 뿐”이라며 “이런 식이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린 판사도 탄핵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중앙일보는 “이 지검장 등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되면 중앙지검이 맡은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위증교사 사건이나 민주당 돈봉투 사건 등의 공소유지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민주당이 탄핵으로 진짜 노리는 게 이런 대목이란 비판까지 나온다. 거대 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국가기관을 마비시키는 행동은 즉각 중단하는 게 옳다”고 했다.
반면 경향신문은 검찰이 탄핵 추진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봤다. 경향신문은 28일 「탄핵 반발하는 검찰, 시민은 검사들이 한 일 알고 있다」 사설에서 검찰의 반발 성명을 언급, “정권의 호위무사 같은 행태로 검찰의 존재 이유와 존립 기반을 스스로 허물고 있는 검사들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나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탄핵 추진 대상 중에는 이재명 대표 수사·기소에 관여한 검사들도 있어 ‘보복 탄핵’ ‘방탄 탄핵’으로 비칠 소지도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분명한 건 검사 출신 대통령 아래서 검찰이 보이는 역대 최악의 정치적 행태가 탄핵 추진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이 정부에서 검찰은 야당과 전 정권 인사들을 10만원 단위까지 문제 삼아 탈탈 털어 수사·기소했거나 수사 중이다. 반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은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퉈볼 만한데도 늑장 수사하다 무혐의 처분했다”고 했다.
한겨레도 「검찰의 ‘도이치’ 수사지휘부 탄핵 집단반발, 염치없다」 사설에서 검찰의 성명이 “하나같이 헌법 정신을 거론한다. 어이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수사 공정성이야말로 헌법 정신이다. 지금 검찰이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나.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과 전 정권 인사들, 현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들에 대해선 먼지 털듯 집중적으로 수사하면서, 대통령 부인의 온갖 비위 의혹에 대해선 어떻게든 봐주려 하지 않았던가”라고 했다.
한겨레는 “김건희 여사 휴대전화 등 핵심 증거에 대한 압수수색도 한 적 없고, 오히려 자신들의 휴대전화를 맡기는 ‘출장 조사’를 해놓고서 이런 말을 하다니, 부끄럽지 않은가.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특검’ 찬성 여론이 60%가 넘었는데, 국민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가”라고 했다.
한편 서울신문은 1면에 이창수 서울지검장 인터뷰를 냈다. 이창수 지검장은 김 여사 불기소 처분에 대해 “후회 없다”며 “이미 4년 넘게 지연돼 검찰청 전체를 짓누르는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수사팀이 기소하자고 했으면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적 수사라는 민주당 비판에 대해선 “대통령, 그리고 영부인이라고 할지라도 죄가 되는 걸 가져온다면 어떻게 기소하지 않을 수가 있겠나”라며 “만약 그런 부당한 지시를 해야 한다면 부끄러워서 오늘이라도 검사직을 그만둘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칼럼 “진정 노무현 좋아한다면, 지지율부터 신경 써야”
김순덕 동아일보 칼럼니스트가 「윤 대통령은 왜 노무현을 좋아한다고 했을까」 칼럼을 냈다. 이명수 서울의소리 기자와 김건희 여사와의 통화 공개로 윤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연설을 외우고 관련 영화를 보고 울 정도로 노 전 대통령을 좋아했다고 알려져 있다.
한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타고난 정치적 감각은 메시이고 호날두’라고 언급한 것을 놓고 김순덕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에게 노무현 같은 정치적 감각이 있다면, 시대정신을 읽고 ‘공정과 상식’을 대선 구호로 들고나와 다수 국민을 열광시켰다는 점이다. 그러나 노무현도 윤 대통령처럼 임기 1년도 안 돼 직무수행 평가가 20%대(한국갤럽 조사)로 곤두박질쳤다는 사실을 윤 대통령은 아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순덕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이 진정 노무현을 좋아한다면, 정치 감각이 아니라 지지율부터 신경 쓸 필요가 있다. 노무현은 측근 비리를 사과하고 국민 재신임을 받겠다고 했다가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면서 “그러나 윤 대통령에게는 아직 방법이 없지 않다. 노무현처럼 ‘사랑하는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라고 (말없이) 고집할 상황이 아니다. 김 여사가 일반 국민과 똑같이 검찰에 수사 받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제라도 공정과 상식이 살아 있음을 입증하기 바란다”고 했다.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허용하면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다고 봤다. 김 칼럼니스트는 “윤 대통령이 영구 집권을 못할 바에야 어차피 김 여사에 대한 수사는 피할 수 없다. 정권을 뺏기기 전에, 차라리 윤 대통령이 그 자리에 있을 때 받고 넘어가는 게 여러모로 낫다”며 “노무현이 최고의 관료로 꼽았던 김진표 전 총리는 노무현의 대체불가능한 장점이 ‘그럼 내가 생각을 바꾸지요’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들어보고 맞다 싶으면 자신과 반대되는 생각도 유연하게 받아들였고,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반박해 주는 것을 즐겼다고 최근 저서에 적었다.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 노래나 부를 게 아니라 윤 대통령이 그런 사람이 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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