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오두환 기자] 롯데케미칼이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행한 회사채 14개에 기한이익상실(EOD) 원인 사유가 발생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규모는 약 2조 450억 원이다.
EOD 원인 사유는 재무비율 유지 특약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사채 재무 약정에는 연결 기준 3개년 누적 평균치로 부채비율 200% 이하를 유지하고,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이자비용’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즉 회사채 원리금 지급 의무 이행이 완료될 때까지 이들 지표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거나 떨어지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지난 9월 30일 기준으로 약정 항목 중 3개년 누적 ‘EBITDA/이자비용’을 5배 이상 유지해야 한다는 항목을 충족하지 못했다. 9월 말 기준 ‘EBITDA/이자비용’은 4.3배 정도다.
3분기 EBITDA는 2977억 원, 이자비용은 3197억 원으로 배율이 0.9배로 매우 낮은 상황이다. 3분기 말 부채비율은 75% 수준이다. 롯데케미칼의 회사채는 총 2조 3000억원 규모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3477억 원의 영업손실에 이어 올해 3분기까지 660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금융기관 차입금 또한 약 8조 40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롯데케미칼은 12월 중 사채권자들과 집회를 갖고 협의를 통한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롯데 측은 27일 특약 사항 조정과 관련해 은행보증을 통한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보강을 목적으로 국내 최고의 랜드마크이자 그룹 핵심 자산인 롯데월드타워를 은행권에 담보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번 담보 제공은 롯데케미칼 회사채 이슈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강력한 시장 안정화 의지를 담은 실질적 대책이다. 롯데는 최근 불거진 위기설에 대해 그룹이 직접 나서 책임지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특약 사항이 수익성 관련 지표로서 발행회사의 상환능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시중은행 보증을 통해 롯데케미칼 회사채의 신용도가 높아져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거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롯데케미칼이 사채권자 동의를 얻어 웨이버(일시적 적용 유예)를 받으면 위기는 넘길 수 있다.
지난 상반기에도 롯데케미칼은 미즈호은행으로부터 차입한 2천254억원과 관련 재무 약정을 충족하지 못했으나, 웨이버를 받아 위기를 넘긴 바 있다.
한편, 10월 기준 롯데케미칼은 보유예금 2조원을 포함해 가용 유동성 자금 총 4조원을 확보해 안정적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10월 기준 총 자산은 139조원, 보유 주식 가치도 37.5조원에 달한다.
그룹 전체 부동산 가치는 10월 평가 기준 56조원이며, 즉시 활용 가능한 가용 예금도 15.4조원 보유하는 등 안정적 유동성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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