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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인데도 가입자들의 부담은 상대적으로 작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OECD가 발간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3’에 따르면 OECD 35개 회원국의 공적 연금 평균 보험료율은 18.2%였다. 이는 국민연금 보험료율(9%)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선진국들의 보험료율은 OECD 평균을 훌쩍 웃돈다. 프랑스의 보험료율은 27.8%이고 사회복지 제도가 발달한 스웨덴과 노르웨이는 22% 이상이다. 독일과 일본도 각각 18.6%와 18.3%로 평균보다 높다.
이들 국가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에 맞춰 보험료율을 점진적으로 인상했다. 일본은 2007년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기에 앞서 2004년 연금 보험료를 13.9%에서 18.3%로 높였다. 독일 역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000년대 초반 보험료율의 상한을 20%로 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을 단행했다.
반면 한국은 올해 고령화율이 19.2%로 초고령사회를 눈앞에 뒀는데도 여전히 보험료율이 한 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소득대체율 40%를 지급하는 데 필요한 수지 균형 보험료율은 19.7%”라며 “수지 불균형 구조를 바꾸지 못하면 미래 세대 부담이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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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는 데 비해 수급자 수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030년 2099만 7000명에서 2070년 1041만 1000명으로 반 토막 날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연금 수급자 수는 787만 3000명에서 1504만 1000명으로 2배 이상 불어난다. 이에 수급자 수는 2050년대 초반 가입자 수를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기금 수입이 없다고 가정하면 가입자 1명이 수급자 1명 이상의 연금 급여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국민연금 제도를 개혁하지 않을 경우 연금 재정은 2040년 1882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41년부터 2055년 사이 15년 만에 기금을 모두 써버리게 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보험료율을 최소 13%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평균수명이 예상보다 더 늘어나면 연금 재정에 더 큰 부담이 된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보험료 외에 자동조정장치 도입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있다. 보험료 인상만으로는 연금 재정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어차피 경제활동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2040~2050년대가 되면 수급액을 줄이자는 논의가 불거질 것”이라며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어차피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어 연금 개혁안에 담았다. 구체적인 방식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결정될 일”이라며 “국회에서 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하면 재정 안정성을 달성하기 위한 대안도 제시하는 등 적극 협력하고 유연하게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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