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고등학교 무상교육을 위한 정부 지원 기간을 연장할지를 두고 여야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하 교부금법) 개정안이 야당 주도로 처리가 되면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27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부금법 개정안이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이어 이르면 오는 28일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개정안은 정부(47.5%)와 교육청(47.5%), 지방자치단체(5%)가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분담하도록 한 조항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고교 무상교육은 고등학생에게 입학금과 수업료, 교과서비, 학교운영지원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2019년 2학기 고교 3학년을 시작으로 도입해 2020년 2학년, 2021년 전 학년으로 적용대상을 확대했다.
2019년 도입 당시 예산을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47.5%, 지방자치단체가 5%를 부담하도록 했는데, 이 규정이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적용되기 때문에 이를 연장하고자 개정안이 마련됐다. 일몰 규정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내년부터는 교육청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
올해 기준 고교 무상교육 예산은 총 1조9872억원이다.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9423억원, 지자체가 994억원을 분담할 계획이다. 정부는 일몰 규정을 근거 삼아 내년도 예산안에 지난해 정산분 52억6700만원만 편성한 상태다.
이를 두고 여야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 정부·여당 측은 학생 수는 줄고 교부금은 늘고 있어 교육청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야당과 교육계는 세수 결손으로 교육재정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정부 지원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입장차가 좁지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반대에도 지난 6일 교육위원회에서 정부 지원을 3년 연장하는 개정안을 단독으로 의결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공포될 경우 정부 예산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놓고 지방교육재정(교육청)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이 완강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가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한다.
다만 여당 간사인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이 고교 무상교육 국고 지원은 연장하되 비율을 단계적으로 낮추는 법안을 제출한 바 있어 재의결 과정에서 절충안이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교육계는 정부 지원 연장을 지속 요구하고 있다. 일몰이 이뤄지면 교육청 재정부담이 크게 증가해 노후교육시설 개선, 학생들을 위한 주요 교육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게 교육계의 설명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및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의원실이 교육부의 ‘2024년 대비 2025년 지방교육재정 주요 증감 요인’을 재구성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고교 무상교육 국고를 중단한다면 내년 지방교육재정은 최소 6000억원 부족해진다.
광주전남시민연대, 모두가특별한교육연구원, 등 전국 교육단체는 지난 2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교 무상교육 경비의 국고 지원 연장을 위해 교부금법 개정안을 국회가 조속히 의결할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고교 무상교육은 단순한 학비 부담 완화를 넘어 모든 학생에게 동등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며 “이 제도는 학생과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어줌으로써 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해 왔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고교 무상교육 지원의 기한을 연장해 교육의 보편성과 평등성을 지키고 모든 학생이 차별 없이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며 “우리의 미래는 바로 우리 아이들이며 그들의 교육 기회를 지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들 역시 정부 지원에 동의하고 있다 조사 결과도 나왔다. 토마토그룹 여론조사 앱 ‘서치통’이 국민 902명을 대상으로 지난 19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한 조사에서 ‘고교 무상교육 정부 지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응답자 74.61%가 ‘지원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교육은 국가의 마땅한 책임이기 때문에’가 74.29%로 가장 많았으며, 뒤이어 ‘교육청과 지자체만으론 감당이 어렵기 때문에’(16.64%), ‘교육 현장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위해’(8.77%) 순이었다.
이에 대해 광주교대 교육학과 박남기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OECD 국가 중에서 고교무상교육을 개인이 부담하는 나라는 없다”며 “의무교육은 아니더라도 고등학교 교육은 유지해줘야 한다. 누구나 공평하게 국가로부터 교육을 보장받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2019년부터 고교 무상교육의 중앙정부 부담을 시작할 당시 현 여당이 반대했었는데, 정부는 여당이 만든 정책이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할 것이 아니라 법정 시한이 다가오는 만큼 지방교육재정 여력 등을 파악해 고교 무상교육을 우선 논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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