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역 곳곳의 고유한 생활 유산을 발굴해 보전하고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며 미래로 이어가는 2024 경기에코뮤지엄 ‘지붕없는박물관’이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살아 숨 쉬는 유산을 세워가며 내일을 노래한 열린 박물관들의 발자취를 돌아본다.
▲’2024 경기에코뮤지엄’ 추진 사업 현황
올해 경기에코뮤지엄은 거점지원사업과 인증제 사업으로 17개 시군 27개 지역에서 각자의 이야기를 엮어냈다.
지난 5월 의정부아트캠프에서 시작된 사업 설명회를 시작으로, 광역 및 기초지자체와 협력해 문화 소외지역을 기획 발굴한 거점지원사업엔 신규로 선정된 예술공간 송산반점, 빼뻘보관소(의정부)와 연속 지원으로 선정된 안산 에코뮤지엄과 선감역사박물관(안산), 미산동 마을박물관과 갯골소금창고(시흥) 등 5곳의 거점공간이 운영됐다.
지속가능한 지역문화생태계 조성을 위해 민간 지역문화 공간과 운영단체를 경기에코뮤지엄의 일환으로서 인증하고 자립 재생을 지원하는 인증제에는 22개 단체가 참여했다.
지원단체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도 이어졌다. 분야별 외부 전문가 6인을 구성해 맞춤형 현장 컨설팅과 사업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건 물론, 지원단체를 대상으로 한 역량강화 교육의 일환으로 ‘에코 도슨트’를 진행해 지붕없는 박물관 사례지인 카페 해동1950과 우음도 에코락, 갯골생태공원, 기지촌여성평화박물곤 일곱집매 등 4곳의 거점을 견학하고 연계 전문가 강의 교육도 진행했다.
역량강화 교육 중에서도 특별히 ‘리서치’ 과정에 집중한 ‘031탐정단’도 열렸다.
리서치 캠프와 조별 멘토링, 공유회를 통해 리서치 설계와 진행 방법 등을 배우며 에코뮤지엄처럼 지역의 고유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했다.
▲ 평가·제언 통해 성장한 ‘성과공유회’
지난 26일 경기상상캠퍼스 공간 1986 멀티벙커에서 열린 성과공유회 ‘공유共有 캠프닉’에는 이처럼 경기에코뮤지엄에 참여해온 27개 단체가 한 데 모여 1년여의 활동을 나누었다.
지원사업 수행단체 3곳의 활동 공유 발표 외에도 멀티벙커 내 마련된 전시장을 통해 경기에코뮤지엄 사업의 결과를 공유했다.
공태현 바라컬쳐스랩 위촉연구원은 지난 7~9월 3개월간 진행한 경기에코뮤지엄 연구 현황을 발표하며 새로운 방향설정과 브랜딩 강화를 위한 제언도 제시했다.
공 연구원은 “연구결과 경기에코뮤지엄 사업명 일원화와 보존과 개발을 사이에 둔 사업 방향성, 단계별 운영에 대한 개선점 등 의견이 많이 제시됐다”며 “경기에코뮤지엄의 필요성은 지역 문화 정체성을 실현한다는 점과 관광 자원화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 중 어떤 것에 집중할 진 재단과 여러분의 선택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장석류 국립인천대 지역문화학과 교수의 특강에 이어 오후에는 주제별 교차 컨설팅 2회차 ‘체크인-아웃’과 전문가와 수행단체 간 테이블 토크를 통해 지난 활동을 회고하고 새로운 방향과 계획을 나누기도 했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어떻게 하면 다른 지역과 구분되는 우리 지역의 특성을 제대로 살릴 수 있을지, 유익한 프로그램을 구성할지 고민하기도 하고, 예산이나 진행 비용 부담,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 대한 현실적인 어려움,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 등을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사업을 기획하며 어려웠던 점을 컨설턴트들의 도움으로 가감없이 나누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고민에 답을 함께 찾아 나가기도 했다.
김유임 경기문화재단 지역문화본부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올해 에코뮤지엄 사업은 향후 10주년을 앞두고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단계를 이끌어줬다고 생각한다”며 “예술과 공간을 통해 삶의 질을 높여가는 중요한 시점에서 경기에코뮤지엄 참여단체들이 선도자의 길을 걸어주길 바란다. 좋은 비전과 방향을 만들어주시면 펼쳐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붕없는박물관 사업을 담당해온 황연정 지역문화본부 차장은 “9년차 경기에코뮤지엄을 돌아보고 10년차를 준비하는 게 가장 큰 활동이었던 것 같다. 내년부터는 올해 사업을 기반으로 에코뮤지엄이 현장에서 좀 더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브랜딩화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진 지역마다 개별적 역점 사업으로 진행됐지만, 내년에 예산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업을 주제별로 엮고 역점 사업을 특화해 대표 사업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컨설턴트 전문가 6인이 평가하는 ‘경기에코뮤지엄’
에코뮤지엄 미래 고민할 때
-서울연구원 라도삼
“경기에코뮤지엄이 곧 10년을 앞두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건지에 대한 고민을 할 때가 온 것 같다. 이런 고민을 잘 마무리하면서 보다 많은 주민들이 지역에 대한 경험이나 가치들을 더 구축해 나가길 바란다.”
다양한 지향점을 발견 할 시간
-스페이스 빔 민운기
“남다른 특성과 여건, 배경 속에서 각자가 담당하고자 하는 영역의 자산, 가치와 매력을 찾아내고 이어가려는 움직임 자체가 에코뮤지엄이다.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한 주체들의 다양한 사고를 발견하고 같은 지향점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을 주민들 응원 가장 힘이 돼
-무소속 연구소 임성연
“규정과 정답이 없어 매년 새로운 사람들과 각자의 정의를 내리며 최선을 다해 고민하고, 그 고민의 내용들을 동료들과 공유하는 과정이 예쁜 사업. 지역 예술가로 활동하며 가장 힘이 돼 주는 건 동네의, 마을주민들의 응원이었다”
에코뮤지엄 사업, 준비 철저히
-공간릴라 허선희(삐삐)
“우리가 한 지역에서 지금껏 해온 사업들을 지켜나가는 데 우리의 자존심이 걸려있다고 생각한다. 에코뮤지엄사업이 지역사업과 맞닿아 나의 생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또 어떤 영향을 미쳐 경기도에 자리잡게 될 것인가를 꼼꼼하게 준비해야 하는 것 같다”
지역 문제 공감, 사업의 지속성
-플러스마이너스일도씨 김지영
“에코뮤지엄은 결국 시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일인 것 같다. 비인간과 인간의 존재를 이어주는 굉장한 노력들이 사업의 의미였다고 생각한다.지역주민들이 지역의 문제, 가치, 의미를 지역에서 애정어린 눈으로 발견하고 공감한다는 점이 에코뮤지엄 사업의 지속성을 만드는 것 같다.”
다음 세대 물려주고 싶은 사업
-국립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 장석류
“에코뮤지엄사업은 가장 낮은 고도에서 진행된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에서 살아온 나와 주변에 대한 애틋함, 애정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억하고 싶고 붙잡고 싶은지,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고 싶은지 고민하게 하는 사업이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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