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국 우선주의, 중소기업에 더욱 어려운 사안 될 수도
반드시 위협으로만 작용 않을 것…준비된 위기는 경쟁력
기술혁신과 발 빠른 대응으로 승부수 띄워야
올 한해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관심을 크게 끌었다. 미국의 정부가 바뀌고 새로운 경제통상 정책이 나오면, 많은 국가가 영향을 받기 때문일 것이다.
내년 출범하게 될 트럼프 행정부 역시 선거 공약에서 제시했던 제조업 리쇼어링, 외국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불법 이민 단속 등을 골자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국가와 기업들이 대응전략을 짜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중소기업들에게는 더 어렵게 느껴지는 문제이다. 미국에서 관세를 높이면, 수출가격에 부담이 되고, 자국산 우선원칙을 적용하여 수입산 제품을 배제하면 한국 제품을 찾는 수요가 줄어들 수도 있다.
체계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중소기업들은 다른 나라의 통상규제가 어떻게 변하는지 자세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로 인해 자사의 해외 파트너 또는 국내 대기업 파트너가 앞으로 어떤 요구를 해 올지 예측하여 대비하는 일도 어렵다. 대한상의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관세 등 보호주의 장벽이 강화되는 것을 가장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KOTRA가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해보면, 미국 신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이 반드시 우리에게 위협으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미국 신정부의 자국 우선주의는 자국 내 제조업을 다시 일으켜서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회복시킨다는 것이 궁극적 목표인 만큼 외국산 제품이나 기업을 무조건적으로 배제하기 보다는 자국의 산업경쟁력을 높여 줄 수 있는 협력파트너를 선별하게 될 것이다. 미국 기업들과 협력해 상생의 발전을 도모해 나가는 우방국 기업들과는 기꺼이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소프트웨어 기술을 보유한 미국 기업과 하드웨어에 강점을 가진 우리 중소기업은 한마디로 찰떡궁합이다.
우리나라의 기술 중소기업들은 주문자에 특화된 맞춤형 생산이 가능하고 필요한 품질인증도 잘 갖춘 편이라고 미국시장에서 평가돼 있다.
여기에 시대의 흐름에 맞춘 발빠른 기술혁신 노력은 신의 한 수가 될 만하다. 미국의 한 씽크탱크는 “핵심산업 생태계 구축을 모색하는 만큼 기술 연구개발(R&D) 협력을 위한 플레이어로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제조업을 부흥시키기 위해 미국 정부가 역점 추진하는 분야가 또 하나 있다. 전력 등 인프라를 개선하는 일이다. 대규모 제조공장이 건설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도 늘어나는 데 전력을 생산하고 공급해야 할 전력 인프라는 대부분 25년 이상 노후화되어 고장도 잦고 생산량도 소비량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대대적인 개선 프로젝트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미 우리 변압기 수출이 작년 대비 400% 이상 늘어날 정도로 기술력과 경험을 보유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부터 미국 소비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김밥은 어떤가. 미국 소비재 유통사들이 ‘지금까지 없었던 제품이 나타났다’고 할 만큼 혁신적인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잘 준비돼 있다면 위기는 오히려 기회이자 경쟁력이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실제 이런 기회를 잘 살린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아지는 K-뷰티 제품들은 FDA 등록은 물론이고, 원료 중 수출금지품목을 사전을 철저히 체크하며 제품 개발을 해 온 성과물이다.
여기에 친환경, 동물실험금지 등 현지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도 마케팅에 잘 활용했다. 중국산 이외 제품을 찾는 바이어들의 입맛에 맞는 품질 높은 중저가 제품군도 우리 중소기업의 틈새시장이다.
우리 기업들은 항상 가장 어려운 시기에 존재감을 뿜어내며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하곤 했다. 불굴의 의지에 기술과 경험이 바탕이 된 경쟁력을 보탤 수 있다. 정부와 지원기관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다시 한번 팀 코리아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글/ 양은영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지역통상조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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