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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을 위한 변명…민주주의 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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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주화 역사에서 김영삼 역할 경시

학생운동 신화, DJ-노무현 신화…재해석·왜곡

3당 합당, 정치 야합 아닌 정치적 타협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운데)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 9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운데)가 지난 22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고(故) 김영삼(YS) 전 대통령 9주기 추모식에 참석해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월 22일 고 김영삼 대통령 9주기 추모식이 있었다. 이 자리에는 유력 정치인들이 함께 모여 한국 정치의 발전과 도약을 이룩해낸 고 김영삼 대통령을 기렸다.

필자는 386 학생운동 출신으로 김영삼 대통령에 대해 각별한 감정이 있다. 그것은 한국 민주화의 역사에서 김영삼의 역할이 경시되지 않았는가 하는 점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경시의 이면에는 386의 독특한 역사 해석이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과에 대해 재평가해 보겠다.

1983년 5월 1일 김영삼 대통령은 광주 양민학살을 규탄하며 23일간에 걸친 단식을 했다. 당시 23일의 단식은 흔치 않은 매우 긴 기간이었다. 단식 이후 DJ(김대중)계와 YS(김영삼)계가 함께 민주화추진협의회를 만들어 훗날 1985년 2월 12일 총선의 주역이 된다.

1987년 6월항쟁이 정점에 이르던 6월 18일 정국은 정치적 대타협인가 비극적인 충돌인가를 두고 각축하고 있었다. 정국의 운명을 결정짓던 6월 23일 전두환-김영삼 회동이 있었고 김영삼은 군 출동에 대한 위협에도 불구하고 단호히 대통령제를 고수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6월항쟁의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나는 당시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이었고 1985년의 단식, 1987년의 만남을 지금처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이 볼 때 정치와 역사의 주인공은 단연 김영삼이었다.

두 갈래의 재해석 또는 왜곡이 가해졌다. 하나는 학생운동 신화이고 다른 하나는 DJ-노무현 신화이다.

학생운동이 역할을 했던 것은 YS-DJ를 비롯한 재야 지도부가 가택연금이 되었을 때 상대적으로 자유롭던 학생운동 세력이 거리 민심과 결합하여 정국을 군부가 충돌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극적인 국면으로 몰아간 것이다. 학생운동이 했던 역할은 가상하지만, 6월항쟁 전체 국면으로 보면 많이 봐야 30% 정도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특히 문화적인 공간에서 이를 반복적으로 미화하여 학생운동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묘사하는 경우가 많다.

다음으로는 DJ-노무현 신화이다. DJ는 1985년 2.12 총선 당시 미국에 있었고 2.12 총선을 기해 서울로 돌아온다. 그 후로는 줄곧 가택연금 상태에 있다가 6.29 선언 이후 연금에서 해제된다. 구조적으로 6월항쟁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이후의 정치 국면에서 YS가 3당 합당으로 민주정의당과 연합한 대신 DJ가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룩함으로써 6월항쟁을 포함한 민주화 신화 대부분을 DJ-노무현이 가져가게 된다.

YS에 대한 평가에서 결정적인 대목은 3당 합당이 아닐까 싶다. 3당 합당을 이해하기 위해 6.29 선언을 복기해 보자.

우리는 6.29 선언을 아래로부터의 시민혁명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실상은 아래로부터의 시민혁명의 길과 함께 전두환 대통령이 연출한 위로부터의 개혁이라는 측면이 동시에 있다. 6.29 선언에 이르는 두 갈래 길을 모두 살펴봐야 6.29 선언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고 본다.

3당 합당에 대해서도 비슷한 평가를 할 수 있다. 6월항쟁 직후 상황을 밑으로부터의 혁명으로 보는 관점에서 본다면 반독재투쟁이 중요할 터였다. 이렇게 해서 벌어진 사건이 1988년 전두환-노태우 구속 투쟁, 1991년 강경대 투쟁 등이었고 1987년 노태우 후보가 공약한 중간평가를 둘러싼 갈등이었다. 사실상 이 흐름은 1987년 6월항쟁을 아래로부터의 시민혁명, 민중항쟁으로 보는 생각의 연장선 하에 있었다.

반면 3당 합당은 6.29 선언에서 일정한 지분을 확보한 군부가 다른 민간 정치세력을 끌어들여 2차 6.29 선언을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는 흐름을 제어하고 정치를 제도의 장으로 끌어들였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보면 3당 합당은 있을 수 없는 정치 야합이 아니고 해봄 직한 정치적 타협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민주파들은 3당 합당을 군부와의 무원칙한 타협이자 야합의 산물로 보고 있었다. 그에 따르면 6월항쟁은 밑으로부터의 시민혁명으로 군부는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고 3당 합당은 아무런 정치적 의미도 내포하지 않는 정치 야합이라는 관점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민주화라는 숭고한 가치는 군부나 김영삼에게서는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민주화운동 역사에서 김영삼이 구조적으로 배제되게 된 것이다.

6월항쟁을 밑으로부터의 시민혁명으로 보는 시각은 노무현 정권에서 대규모로 발견된다. 노무현 정권은 정치세력 사이의 대화와 타협보다는 시민의 조직화된 힘을 강조했고 이는 최근 포퓰리즘의 만연과 맥을 같이 한다.

결국 일찍이 정치세력 사이의 대화와 타협을 강조했던 3당 합당, 김영삼의 가치는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재음미할만하다고 본다.

ⓒ

글/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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