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과세안에 집단 반발…與, 2년 유예 주장
美·獨서는 단기 거래에만 세금…日은 개정 추진
매매 소득 ‘기타’ 분류 시 건보료 인상 가능성도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여야가 대립하며 처리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의 과세안은 다소 단서를 제공하고 있는 해외와는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가상자산 양도·대여로 발생하는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기타소득은 일시·우발적으로 발생하는 소득으로 건강보험료 인상에 반영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과세 근거, 준비가 부족하다며 우려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6일 가상자산 과세 유예 여부를 논의하기로 예정됐던 전체회의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기재위 관계자는 “민주당은 즉시 과세를, 국민의힘은 2년 유예를 주장했지만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보류됐고, 추후 재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2024년 세법 개정안에서 가상자산 과세 도입 시기를 내년에서 2027년으로 유예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초 정부는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소득에서 기본공제 250만원을 제외한 금액에 대해 20%(지방세 포함 22%) 세율로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었지만 지난달부터는 과세안 유예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 반발이 확산되면서 지난 20일에는 가상자산 투자 소득세 기본공제 한도액을 기존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상향하는 타협안을 내놨다. 이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가상자산 과세는 유예돼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며 회의까지 연기되는 만큼 국내 가상자산 투자 커뮤니티에서는 “다뜯어민주당(더불어민주당을 비판하는 말) 때문에 젊은이들이 피똥싼다”며 집단 시위에 나서고도 있다.
해외 가상자산 과세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주요국은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자산’으로 정의하고 취득 및 양도에 대해서만 과세하고 소비에는 비과세하며 관련 규정을 다지는 단계다. 법적 정의 관련 논의 없이 과세하고 있는 곳은 없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지난 18일 발간한 ‘글로벌 가상자산 과세 현황 및 국내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자산 과세를 실제로 시행하는 국가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호주, 싱가포르 등이 있다.
다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1년 이내 단기 거래에만 세금을 부과한다든지(미국, 독일) ▲거래 차익을 양도소득으로 분류한다든지(호주) ▲기타소득이 아닌 자본이득세를 부과한다던지(영국) ▲부가가치세만 과세한다든지(싱가포르) 하는 경우가 다수다.
일본의 경우 가상자산 거래이익을 잡소득(기타소득과 유사)으로 구분하면서 연간 수익이 20만엔(약 182만원) 이하인 경우에만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민주당 안과 유사한 성격이 있지만, 일본 정부는 현지 업계 의견을 받아들여 가상자산 관련 현행 규정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경기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자본시장연구원도 “가상자산으로 인한 소득의 분류 및 인프라 부족, 다른 투자자산과의 형평성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으므로 면밀한 검토를 통해 도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고 있다.
민주당 안대로 가상자산 매매로 인한 소득이 ‘기타소득’으로 분류되는 경우 건강보험료 인상 우려가 있다. 기타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다면 건강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다. 민주당 안대로 5000만원 이상의 매매 수익을 내 과세 대상이 된다면 추가로 보험료를 내야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앞서 전문가들도 가상자산 과세를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안성희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지난 7월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 주최로 열린 ‘가상자산 과세 제도 현안 토론회’에서 “가상자산 소득을 현재 기타소득으로 분류하는데 대부분 전문가들도 왜 기타소득에 포함시키는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현재 국내에 적용되는 가상자산 회계기준은 2019년 9월 IASB 산하 IFRS에 기반해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기타소득으로 포함시킨 것으로 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기타소득은 일시적·우발적으로 발생한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데, 예로 상금이나 현상금, 포상금 등이 포함된다”며 “가상자산은 반복적으로 소득이 발생하므로 기타소득과 성격이 달라 별도 과세 항목으로 분류과세를 적용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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