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위증교사 1심 무죄판결에 “정의를 세운 판결”이라며 사법부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공개석상에서 불과 열흘전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 땐 “법기술자들”, “미친 판결”, “사법살인” 등 사법부와 판사를 향해 거친 비난을 쏟아냈다. 이 대표에 판결이 유무죄로 갈릴 때마다 사법부를 대하는 태도가 돌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민주당 법률대변인은 “공직선거법 1심 판결을 비판하다 나온 격앙된 표현일 뿐 사법부는 존중한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김동현 부장판사)가 지난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사건을 무죄 선고하자 이건태 법률대변인은 26일 “재판부의 현명하고 용기 있는 판결에 경의를 표한다”고 감사해했고,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25일 브리핑에서 “사필귀정의 판결이었다. 오늘 판결은 진실과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진리를 확인시켜 주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사법정의실현·검찰독재대책위원회도 25일 성명서에서 “정치검찰이 무죄임이 불보듯 뻔한 사건을 억지로 기소한 것으로 사필귀정”이라고 평가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사필귀정”이라며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진실과 정의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김용민 의원도 회의에서 “당연한 결론이지만, 검찰 독재 상황을 고려하면 매우 용기 있는 판결이었다”고 밝혔다. 당 최고위원인 김민석 의원은 지난 25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야 한숨 돌린다”고 썼고, 전현희 의원도 “사필귀정, 무죄판결을 기뻐하고 환영한다”고 기재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정청래 의원은 같은날 오후 “눈물난다. 천둥 번개가 쳐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 민심이 천심이고 천심은 무심하지 않다. 국민과 정권이 싸우면 끝내 국민이 이긴다. ‘이재명은 무죄다’ 감사하다. 이재명은 죽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 승리하리라”라고 썼다. 당사자인 이재명 대표도 판결 직후 서울중앙지법 건물 앞에서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열흘 전인 1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한성진 부장판사)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사건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판결했을 때는 민주당의 반응이 180도 달랐다. 이재명 대표는 당시 판결직후 “오늘의 이 장면도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장면이 될 것”이라며 “현실의 법정은 두 번 더 남아있고,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결은 누가 봐도 명백한 사법살인”이라며 “사법부 역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최악의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박 원내대표는 판결 다음날이었던 지난 16일 장외집회 땐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이라며 “검찰독재정권의 정적제거에 부역하는 정치판결”이라고 더욱 거칠게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는 “검찰은 증거를 조작하고, 기소하더니, 판사는 기억을 처벌하고 감정을 처벌하겠다고 한다”며 “법기술자들이 국민주권을 침해하고 법치를 우롱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석 의원은 18일 최고위에서 “오죽하면 서울 법대 나온 판사가 맞냐고들 하겠느냐”고 판사 비하발언을 했고, 김병주 의원은 “명백한 사법살인”이라 비판했다. 전현희 의원은 “2024년 11월15일은 대한민국의 사법 정의가 죽은 날”이라고 했다. 당내 사법정의 특위도 성명에서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대한 사법살인과 다름없다”고 표현했다.
특히 김우영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에 판사를 향해 “포악한 권력자에 굴복한 일개 판사의 일탈”이라며 “위정자의 편에서 법의 양심을 팔아 고난받는 야당 지도자를 법의 이름으로 척살하려하여도 결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청래 의원은 15일 “사법부 참사다. 사법부는 죽었다. 법원의 또 하나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고, 김용민 의원은 15일 페이스북 “소수의 판사에 의한 국민주권침해”라고 썼다. 강선우 의원도 15일 페이스북에 “군복을 입고 총을 든 군사독재보다 더 독한, 양복을 입고 영장을 든 검찰 독재 정권의 사법살인”이라고 적었다.
이같이 판결 결과에 따라 사법부에 대한 입장이 달라지는 것을 두고 비판도 나왔다. 신주호 국민의힘 상근부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민주당은 공직선거법 판결에 대해서는 사법부를 향해 격앙된 모습을 보이며 ‘사법 살인’ 운운하며 공세를 퍼붓더니, 어제부터는 갑자기 180도 달라져서 ‘사법 정의’가 실현되었다고 한다”며 “재판 결과도 민주당의 입맛대로 취사선택하겠다는, 참으로 오만방자하며 몰염치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신 상근부대변인은 “위증교사 무죄가 ‘정의로운 판결’이라 한다면, 공직선거법 징역형도 정의로운 판결”이라며 “법원의 판단에 같은 입장을 보이는 게 올바른 도리”라고 썼다.
이에 이건태 민주당 법률대변인은 26일 국회 소통관 백브리핑에서 ‘이렇게 당 대표의 판결 유무죄에 따라 사법부에 대한 입장이 바뀌는 것은 공당으로서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지 않느냐’는 미디어오늘 기자의 질의에 “그렇게 몰릴 수도 있는데, 결론에 따라서 얘기한 게 아니라 사건의 실체를 갖고 얘기한 것”이라며 “선거법 1심 사건은 증거와 법리를 볼 때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판결을 비판했던 것이고, 그 직후 판결을 비판하면서 했던 발언은 좀 격앙돼서 그런 발언이 나올 수 있는데. 우리는 1~3심 체제의 사법부를 존중하고, 신뢰하고. 이재명 대표도 재판을 성실하게 받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일부 판검사 출신의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표 판결 유무죄에 따라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판사출신의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5일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유죄판결 땐 페이스북에 “‘민심’이 이겼고, ‘법치’가 승리했다”고 평가했으나 위증교사 무죄 판결이 나온 직후엔 26일엔 “’거짓말은 했는데 허위사실 공표는 아니다’라는 해괴망측한 궤변 판결을 연상시킨다”고 비난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검사 출신의 주진우 의원은 지난 15일엔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 복잡할 것 없는 상식적 판결”이라고 했으나 열흘만인 25일 이 대표의 위증교사 무죄엔 “상식 밖의 판결”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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