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일 최대 철강 기업 티센크루프스틸이 고용 인력의 40%를 줄이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탈탄소’를 추진하면서 제조원가가 높아진 가운데 중국산 저가 제품이 유럽 대륙으로 밀려오면서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티센크루프그룹의 철강 부문 자회사인 ‘티센크루프스틸유럽’은 2030년까지 총 1만 1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총 2만 7000명의 근무 인력 중 40%를 감원하는 셈이다. 이 중 5000개의 일자리는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없애고 6000개의 일자리는 아웃소싱 등을 통해 정리할 방침이다. 회사의 연간 생산량은 현재 1260만 톤에서 870만~900만 톤 수준으로 줄어들게 된다. 데니스 그림 티센크루프 이사회 대변인은 “이번 조치가 조직원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향후 몇 년 안에 많은 일자리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
티센크루프는 최근 몇 년 동안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회사가 내놓은 공시 자료를 보면 올해 연간(2023년 10월~2024년 9월) 매출은 350억 유로로 전년보다 약 6.66% 줄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5억 유로로 전년도(-20억 유로)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회사의 주요 매출처인 철강 부문도 올해 연 매출이 107억 유로로 전년 대비 13.2%나 감소했다. 이처럼 재무 상황이 악화하면서 구조조정이라는 초강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센크루프가 위기에 내몰린 것은 탈탄소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조 비용이 급격하게 올라갔기 때문이다. 철강 분야는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데 회사는 2045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탈탄소를 위한 첨단 설비 투자 등에 나섬에 따라 비용은 급증했다.
반면 철강 수요는 크게 줄면서 경영 상태는 더욱 어려워졌다. 자동차를 비롯해 독일의 대표 산업들이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탓이다. 앞서 유럽 최대 완성차 기업 폭스바겐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독일 내 일부 공장에 대한 폐쇄 조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의 저가 철강들이 쏟아지자 티센크루프가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비용은 많이 드는 대신 수요는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쏟아지는 중국산 저가 제품들은 시장가격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중국의 철강 해외 수출은 9200만 톤에 이른다. 미국이 지난 한 해 동안 생산한 전체 철강 규모보다도 많다. FT는 “업계에서는 중국산 철강 수입의 급격한 증가가 소위 친환경 철강을 생산하고 탈탄소화하려는 계획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