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고은 기자】 북한이 개성공단 전력 공급을 위해 남측이 세운 송전탑의 철거 작업에 착수하면서 남북 관계 단절 조치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경의선과 동해선 육로 폭파에 이어 전력 공급 인프라마저 해체되면서 남북 간 물리적, 상징적 연결 고리는 계속해서 무너지는 상황이다.
북한의 이번 송전탑 철거 작업은 한반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북한은 남북 간의 물리적 연결 고리마저도 제거함으로써 적대적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향후 남북 간 대화와 협력 가능성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군은 북한의 추가적인 철거 작업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향후 상황에 따라 관련 대응을 준비 중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교전국’ 발언 이후 남북 관계는 더욱 경직되고 있으며, 북한의 이러한 일련의 행동은 남북 간 신뢰 회복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 개성공단 전력 공급용 송전탑 철거 착수
26일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따르면 북한군이 지난 24일부터 군사분계선(MDL) 경의선 일대에 위치한 송전탑에 올라 송전선을 절단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한전KPS가 지난 2007년 개성공단에 전력 공급을 위해 설치한 송전탑은 남북 간 연결의 상징이자, 개성공단 운영에 필수적인 인프라였다. 그러나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인해 전력 공급이 중단됐고, 이후 남북 간 해빙 기류가 조성되면서 일시적으로 공급이 재개됐다가 2020년 6월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전력 공급은 전면 중단됐다.
합참 이성준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일요일부터 북한군이 경의선 MDL 이북에서 송전선을 제거하고 있다”며 “우리 군은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공보실장은 “송전탑은 아직 건드리지 않았다”며 “개성공단까지 이어지는 고압선을 절단해서 그 고압선이 땅에 떨어지니까 그 고압선을 추가로 절단해서 쌓아놓은 상태”라고 전했다.
송전탑 하나에는 총 6가닥의 고압선이 설치돼 있었으며, 현재 1번 송전탑의 전선 일부가 제거된 상태다.
이와 함께 합참은 “전선이니까 구리가 많을 것”이라며 “어떻게 처리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군사적 활용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해당 송전탑과 송전선은 남측이 설치한 자산으로, 북한의 이러한 조치는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저해하는 또 다른 물리적 단절로 해석되고 있다.
김정은 ‘적대적 교전국’ 선언 이후 잇단 조치
이번 송전탑 철거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남북 적대적 교전국’ 선언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단절 조치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14기 10차 회의를 통해 남북 관계를 더 이상 ‘동족 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평화의 상징물을 제거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3월에 경의선 및 동해선 도로의 가로등을 철거하고, 4월에는 경의선 도로의 가로등을 철거하는 등 육로 연결 도로의 불능화 작업을 이어왔다. 이어 5월에는 철로의 침목을 제거하고, 10월에는 경의선과 동해선 도로를 폭파하는 등 남북 간 물리적 연결을 철저히 끊어내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 10월에는 김 위원장이 인민군 제2군단 지휘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이 주권을 침해하면 물리력을 조건에 구애됨 없이, 거침없이 사용하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서울과의 악연을 잘라버리고 부질없는 동족 의식과 통일이라는 비현실적인 인식을 깨끗이 털어버린 것”이라고 남북 간 육로 차단의 배경을 밝혔다.
한국을 ‘철저한 적국’으로 규정하며, 주권을 침해할 경우 조건에 구애받지 않고 거침없이 물리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발언과 함께 김 위원장은 서울 등 남한 주요 도시가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작전 지도를 참모들과 검토하는 모습이 공개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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