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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와 신농씨 그리고 오토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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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윤 행정안전부 사무관. 공생공사닷컴
김재윤 행정안전부 사무관. 공생공사닷컴

올해는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직장의 차 동호회 회원들과 그들의 가족을 이끌고 지난 5월 초에 보성 다향제(茶響祭)와 하동 야생차문화축제를 다녀왔다. 찻잎을 직접 따서 차를 덖고 유념(揉捻·찻잎 비비기)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보았다.

차를 마셔보기만 했지 직접 만들어 본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찻잎을 딸 때도 새싹 하나에 잎이 둘(一槍二旗 또는 一芽二葉)이라는 생소하고 낯선 용어를 접하면서 비로소 차의 세계에 입문한 듯싶었다.

연로하신 부모님을 모시고 온 분도 계셨고, 어린 아이들과 함께 참여한 경우도 있었다.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에 진지하게 찻잎 따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보성과 하동의 차문화 여행에서는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지난 6월 24부터 6월 26일까지 3일간 인천 송도에서 성대하게 끝난 2024 국제유엔공공행정포럼에 우리 차 홍보관 설치를 제안하여 마침내 이루어내었다.

국제행사에서 우리 차 홍보관을 설치하여 직접 알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온 2000여 귀빈들에게 우리 차를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외국에서는 대한민국에도 차가 있다는 사실을 거의 알지 못한다.

작자 제공
작자 제공

남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워낙 소량으로 생산되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중국 윈난성이나 푸젠성처럼 일개 성(省) 전체가 차 생산지인 것과 비교해 보면 정말 우리나라의 차 생산지와 생산량은 하찮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 차에는 우리만이 내세울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엄격한 검사를 거쳐 믿고 마실 수 있는 유기농차라는 것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 원칙은 지켜지고 있다. 또한, 지역적으로 다양한 제다(製茶) 방식을 간직하고 있어 맛과 향이 우수한 고품질 차가 생산되고 있다.

이번 2024 국제유엔공공행정포럼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차생산지인 보성과 하동 등 국내의 우수한 차들이 선보였고, 차 홍보관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렇게나마 우리 차를 알렸다는 것에 마음이 뿌듯해진다.

우리는 차를 마시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차에는 어떤 것들이 이와 같은 기능들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그러려면 우선 차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아야 한다. 차를 이야기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바로 신농(神農)이다.

여러 자료에 의하면 신농은 기원전 2700년경에 살았던 사람으로 농사의 신이기도 하고 불과 의약의 신이기도 하다. 차를 처음 발견한 사람도 신농이라 한다. 신농의 몸은 사람이고 머리는 소의 형상(牛頭人神)을 했다고 한다. 어차피 신화 속의 인물이니 신농에 대한 황당한 이야기를 더 해보자.

신농은 태어난 지 3일 만에 말을 하고, 5일째는 걷고 달렸으며, 7일이 되어서는 치아가 모두 났다고 한다. 세 살이 되어서는 농사의 이치를 깨달았다고 한다. 신농의 배는 공기처럼 투명하여 오장육부가 다 보였다. 신농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도 훤히 볼 수 있었다.

신농은 들판에 있는 온갖 과일과 화초들을 생식하면서 뱃속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았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독이 없고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알려주었다. 신농은 백가지의 풀을 맛보다가 하루는 일흔두 가지 독에 중독되었다가 때마침 찻잎을 먹고 해독했다고 한다.

이렇게 인류는 신농을 통해서 차의 해독 효능을 알게 되었다. 해독은 차의 카테킨 성분이 작용한 것이다. 카테킨은 항산화 작용을 하는 폴리페놀의 한 종류로 해독, 살균, 지혈, 항염 등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직접 먹어 보며 각종 식물의 효능을 알아가던 신농도 어쩔 수 없는 것과 맞닥뜨렸다. 어느 날 신농은 꽃이 작고 노랗게 피는 식물을 발견하고 그 잎을 따서 먹었다. 잠시 후 배가 아파오면서 엄청난 고통과 함께 창자가 한마디 두 마디씩 끊어져 버렸다. 해독할 차를 미처 먹어 볼 새도 없이 그렇게 죽고 말았다. 사람들은 신농의 창자를 끊어져 죽게 만든 이 식물의 이름을 단장초(斷腸草)라 불렀다.

지난 6월 24부터 26일까지 3일간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국제유엔공공행정포럼 행사장에 설치된 우리 차 홍보관에 방문객이 몰린 모습. 작자 제공
지난 6월 24부터 26일까지 3일간 인천 송도에서 열린 2024 국제유엔공공행정포럼 행사장에 설치된 우리 차 홍보관에 방문객이 몰린 모습. 작자 제공

신화 속 인물을 통해 차를 발견하고 차의 약리적 효능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황당한 이야기는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 신화 속 이야기를 뒤로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차나무에 대해 알아보자.

차나무의 식물학적 기원은 약 6000만~7000만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커피나무도 대략 이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다. 그렇다면 차의 기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차의 원산지에 대한 오랜 논쟁의 결과 차의 원산지는 중국 윈난성, 구이저우성, 쓰촨성 일대로 종결지어졌다. 실제 윈난성 일대에는 수령이 최고 3200년 된 나무나 2700년 된 차나무들이 원시 상태로 발견되기도 하였다. 지금도 어딘가에는 이와 버금가는 고차수들이 원시 상태에서 자생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나무는 식물학상 종자식물에 속하고 차나무과 동백나무속 차나무종으로 분류된다. 차나무의 학명은 ‘Camellia sinensis(L.) O.Kuntze’이다. Camellia는 동백나무를 뜻하고 sinensis는 ‘중국의’라는 라틴어에서 왔다고 한다. 

속명(屬名)과 종명(種名)은 이탤릭체로 표기한다. 속명의 첫글자는 대문자로 시작하고, 종명은 소문자로 쓴다. 속명과 종명은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Carl von Linne)가 제안한 이명법(二名法)에 따른 식물의 분류 단위이며, 종명의 끝에는 최초 명명자의 이름을 약명으로 붙여 L(Linne)이 된 것이다. 마지막 명명자는 독일 식물학자 ‘오토 쿤츠’다.

차나무는 온대·아열대성 식물로 북위 40도, 남위 30도 사이에 분포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남해안 지역에서 자란다. 우리나라도 요즘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차의 북방 한계선도 중부지방으로 이동하고 있다.

차나무는 연평균 섭씨 14~16도 최저 기온은 -5~-6℃를 넘기면 안 된다. 최고 기온은 40도고 이보다 높으면 잎이 탄다. 연간 강수량은 1300~1500mm 정도는 되어야 한다. 1300mm는 생육에 필요한 강수량이고, 1500mm는 경제적 강수량이다. 토양은 PH4.5~6.5의 약산성 토양으로 배수가 잘되는 사질토양이 좋다. 햇볕은 직사광선이 아닌 반그늘이 좋고 안개가 많이 끼는 곳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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