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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동메달 안달호와 그 스승 황철순의 복싱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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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필자의 40년 지기이자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 유니버스 홀딩스 안달호 실장이 남양주시 복싱 협회 박영배 회장과 함께 필자의 체육관을 방문해 옛이야기로 꽃을 피우며 정담을 나누었다.

김승미 황철순 감독 이창환 선수(우측).
김승미 황철순 감독 이창환 선수(우측).

1963년 3월 경남 김해 출신의 안달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경기도 구리에 정착한다. 그가 처음으로 복싱을 수학한 체육관은 그 유명한 중산체육관이었다.

중산체육관은 복싱애호가 민관식 선생이 1964년 대한체육회장을 맡으면서 1965년 아마추어 부흥을 위해 설립한 체육관으로, 이곳에서 정영근, 고생근, 이석운, 유장호 등 명망 높은 국가대표 선수들이 대거 탄생했다.

이 체육관은 채용석 선생이 총괄한 체육관으로서 채 선생은 1972년 뮌헨올림픽을 시발점으로 태릉선수촌에 대표팀 코칭스탭으로 합류했고, 뒤이어 그 바통을 이어받은 분이 1948년 정부 수립 후 태극기를 달고 최초로 참가한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한수안 선생이었다.

 이 분의 지도를 받은 안달호는 1981년 제13회 우승권 대회에 출전, 웰터급에서 준우승을 차지한다.

1982년 10월 안달호는 제63회 전국체전에서 서울 대표로 출전, 184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스커드미사일처럼 위력적인 카운터 펀치로 4연승(3KO)을 거둔다.

당시 그의 스타일은 화염방사기라 불릴 정도로 압도적인 화력을 과시하면서 상대를 압도하는 파이터였다.

이 경기를 참관한 일우공영 유재준 전무이사는 그의 성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소속회사에 안달호를 취직시킨다. 이 시기에 성동구 왕십리에 한국화약 김승연 회장의 지원으로 한국화약 복싱 전용체육관을 설립된다.

1983년 한국화약 복싱코우치 시절의 황철순감독.
1983년 한국화약 복싱코우치 시절의 황철순감독.

감독은 김성은 선생이, 트레이너는 1982년 2월 고바야시 히로키와 대결을 끝으로 프로 데뷔 5전 만에 복싱을 접은 황철순 선수가 담당했다.

이 체육관으로 안달호는 유재준 전무의 지시에 의해 이적(移積) 명장 황철순 관장의 하이테크한 기술을 전수 받으면서 한 뼘씩 성장한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이 같은 결정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왜냐면 인생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물들의 역사가 급반전되기 되기 때문이다.

황철순 감독과 안달호의 만남은 한마디로 물과 물고기의 만남인 수어지교(水魚之交) 같은 운명적인 만남이었다.

1954년 7월 경남 고성 출신의 황철순은 유복한 집안의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1969년 배명중 재학시절 LG 감독을 역임한 이광은 선수와 함께 야구선수로 활약하다 중도에 그만두고 복싱으로 전환, 1973년 5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970년 방콕아시안게임 플라이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충배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다.

공교롭게도 황철순과 배명중 동창인 이광은 선수는 친구인 황철순이 국가대표에 발탁된 한 달 후인 그해 6월에 벌어진 제28회 청룡기쟁탈 고교야구대회에서 하기룡을 대신해 소속팀 배재고 에이스로 활약, 5게임을 연투(59이닝)하는 동안 34이닝 무실점 기록을 세우면서 주목을 받았다.

박영배 회장 안달호 실장 동원족발 신동원대표(우측).
박영배 회장 안달호 실장 동원족발 신동원대표(우측).

한편, 황철순은 1974년 테헤란 아시안게임(플라이급) 은메달, 1978년 방콕아시안게임(밴텀급) 금메달에 이어 1979년 뉴욕 월드컵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 70년대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최우수선수에 발탁된 국가대표 간판 복서였다.

이런 화려한 경력을 보유한 황철순은 파이터 안달호의 스타일을 발레리나처럼 리드미컬한 스탭을 밟는 아웃복서로 탈바꿈시켰다.

그리하여 환골탈태(換骨奪胎)한 안달호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LH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홍기호에 3연승을 거두는 등 전국선수권 5연패를 달성했고, 전국체전에서도 4차례 금메달을 획득하는 급성장을 이룩한다.

올림픽에 동반 출격한 안달호와 허영모(우측)
올림픽에 동반 출격한 안달호와 허영모(우측)

1982년 1월 안달호는 인도네시아 국가대표 선발전 라이트 미들급 결승에서 대학선수권 최우수복서 출신 송중석(한국체대)의 예봉을 따돌리고 판정승, 국가대표에 발탁된다.

탄력을 받은 안달호는 1983년 대통령배와 전국체전 LM 급을 휩쓸면서 주목을 받는다.

그해 7월 청소년 대표에 선발된 필자는 한국화약 체육관에서 훈련하면서 경남 김해 출신의 안달호와 경남 고성 출신의 그의 스승 황철순 감독과 첫 인연을 맺는다.

황철순은 현역시절 안달호와 동향인 김해 출신 체육계 거물급 인사에게 큰 은혜를 받은 적이 있었다.

올림픽에서 루마니아 선수와 싸우는 안달호(우측).
올림픽에서 루마니아 선수와 싸우는 안달호(우측).

다름 아닌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선발전에서 숙적 박인규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자 그의 부친이 올림픽 출전을 위한 병적확인서를 발급받으러 병무청으로 가는 도중에 그만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게 된다.

그때 누군가 다가와 빈소에서 흐느끼는 황철순의 어깨를 다독인다. 1926년 경남 김해 태생의 김택수 회장이었다.

김회장은 황철순에게 이제부터 내가 너의 아버지 몫을 대신 할 테니 잡념 없이 훈련에 매진하라고 격려한다. 용기백배한 황철순은 올림픽 16강전에서 올림픽 2연패를 노리는 쿠바의 마르티네스를 꺾고 8강에 진출 기염을 토했다.

비록 메달권에서 미국의 찰스 무니에게 패했지만 유감없이 잘 싸우면서 국위를 선양했다. 황철순은 그런 김택수 회장과 따스한 인연 때문인지 김해 출신의 안달호에게 내리사랑을 베풀면서 정성껏 지도했는지도 모른다.

 당시 안달호는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플라이급의 권채오 선수와 함께 한국화약 간판 복서로 활약하고 있었고,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 플라이급에 출전 금메달을 획득한 이창환(서울시청)은 당시 중학생이었다.

황철순 감독의 지도로 기량이 일취월장한 안달호는 1983년 1월 제6회 인도네시아 대통령배 1984년 3월 제10회 킹스컵대회에 출전했고 1984년 LA 올림픽에도 선발전에서 이해정을 꺾고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올림픽에 출전한다.

사실 LA 올림픽선발전은 한심한 심판진들이 경기에서 상대방 코칭스텝의 얼굴에 따라 판정이  춤을 추는 역대 최악의 판정으로 얼룩진 선발전이었다.

본선에 진출한 안달호는 1차전에서 탄자니아 선수를, 2차전에서 루마니아 선수를 꺾고 3회전에 진출한다. 비록 16강전에서 캐나다의 강력한 우승후보 설리반 선수에 패해 중도에 탈락했지만 그해 12월 제38회 전국선수권대회를 석권하면서 국가대표팀에 복귀, 녹슬지 않은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1985년 2월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한미 국가대항전에 한국대표로 출전한 안달호는 그해 7월 제4회 월드컵 출전 선발전에서는 이성목(상지대), 박시헌(경남대)과 진땀 흘린 3차례 평가전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고 본선에서 천금 같은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 미들급으로 출전한 안달호는 최종 결승전에서 2년 전 벌어진 LA 올림픽에서 복싱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획득한 신준섭과 맞대결 2차례 다운을 탈취하는 등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판정패를 당하자 눈물을 머금고 복싱을 접는다.

황철순 감독 안달호실장 김민기 관장(좌측부터).
황철순 감독 안달호실장 김민기 관장(좌측부터).

그날 경기를 마친 안달호는 울적한 마음에 지금의 아내를 운명처럼 만난다. 그날이 3월 23일이었다. 그리고 아내가 던진 큐피드 화살을 맞은 안달호는 백년가약을 맺고 복싱계를 떠난다.

인생이란 두 글자는 하나를 잃으면 하나를 얻게 되는 공정한 진실게임이란 생각이 든다. 은퇴 후 건설업 포장마차. 복싱 체육관을 운영한 안달호는 현재 투자개발회사 실장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지내고 있다. 

 미당 서정주는 자신을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갈파했지만 필자가 지켜볼 때 복서 안달호를 성장시킨 것은 9할 9푼이 천하의 명장 황철순 감독이란 생각이 든다.

70줄에 접어든 복싱계 마키아벨리라 불리던 황철순 감독은 술에 장사 없고 매에 장사 없고 세월에 장사 없다는 옛말처럼 쇠잔(衰殘)한 몸으로 남양주시에서 세월을 지켜보면서 지난날을 추억하고 있다.

끝으로 복싱계 명콤비 존경하는 황철순 감독과 올림픽 대표 출신의 안달호와 지난 사제지간의 추억을 반추하면서 이번 주 스포츠 칼럼을 마무리한다.

조영섭 복싱전문기자
조영섭 복싱전문기자

조영섭 복싱전문기자는 1980년 복싱에 입문했고 현재 문성길 복싱클럽 관장을 맡고 있는 정통 복싱인이다.

1963년: 군산출생 

1983년: 국가대표 상비군

1984년: 용인대 입학

1991년: 학생선수권 최우수지도자상

1998년: 서울시 복싱협회 최우수 지도자상

2018년 서울시 복싱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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