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최대 규모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8일 사상 첫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 추산 참가자는 전체 조합원(3만여 명)의 15% 안팎인 4000~5000명(사측 3000여 명 추산)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전체 직원이 12만 5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많은 수는 아니지만, 이들의 파업이 끼치는 영향은 그 수로 가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10일까지 예정된 파업을 통해 삼성전자의 ‘생산차질’을 초래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삼성전자는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밝혔지만, 대응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기대치(8조 2680억원)을 훨씬 10조 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어닝서프라이즈를 연출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도 전체 영업이익의 60% 수준인 6조원대를 벌어들였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올해 DS부문의 상반기 목표 달성 장려금(TAI)을 월 기본급의 37.5∼75%로 공지하고 이날 지급했다.
당초 파업의 한 요인이 지난해 못 받은 성과급 때문인 만큼 TAI 지급을 통해 조합원들의 불만을 조금이나마 누그러뜨리겠다는 포석인 것이다.
노조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는 10일까지 사흘간 총파업을 진행하고, 이 기간 노사 협상이 전향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15일부터 2차 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파업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지금이야 큰 데미지가 없지만, 파업이 길어지면 그 영향은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비록 흑자를 냈지만, 대부분 D램과 낸드 부문에서 나온 것들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나 HBM(고대역폭메모리)은 여전히 후발주자다. 3분기에나 가려질 것으로 보이는 HBM의 엔비디아 납품 여부도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마당에 삼성전자의 파업에 따른 생산차질은 기존 고객의 이탈은 물론 장기 고객 확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박탈감이나 빈곤감은 상대적인 것이지만, 전삼노의 파업은 일반국민 입장에서는 납득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삼성전자 주식은 국민주가 된지 오래이고, 주가가 떨어지면 그 화살은 삼성전자 사측은 물론 노조를 향할 수밖에 없다.
전삼노가 파업을 시작한 날 이틀 연속 2~3% 오름세를 보이던 삼성전자 주식은 이날 한때 8만 86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재차 경신했지만, 끝내는 상승폭을 반납하고 전날비 300원(0.34%) 오른 8만 740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를 떠나 근본적인 것은 삼성전자의 경쟁력이다. 무노조가 꼭 좋은 것도 아니고, 노조가 있다고 조합원의 이익이 극대화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파업이 회사와 조합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는 것이다. 삼성전자 노사가 지금 머리를 맞대야 하는 이유다.
한편, 노조는 사측에 △전 조합원에 대한 높은 임금 인상률 적용 △유급휴가 약속 이행 △경제적 부가가치(EVA) 기준으로 지급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 기준 개선 △파업에 따른 임금 손실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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