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커피가 대세인 세상에서 차(茶)를 이야기하는 것이 고루(固陋)해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차를 단순한 기호 음료가 아닌 나의 건강을 챙기는 건강음료로 생각하면 어떨까?
필자가 차를 접한 것은 30년 전 어느 사찰이었다. 그곳에서 스님이 내어주신 차를 통해 차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당시 자사호에 내려주신 보이차의 깊은맛과 향이 기억세포가 되어 지금도 내 삶을 지배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도 차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이런 나에게 차에 대한 글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적잖이 고민이 되었다. 내가 차에 대한 글을 쓸 정도로 차에 대해 지식과 실력이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하니 차를 좋아하는 범부(凡夫)가 얕은 지식으로 차를 이야기하더라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바란다. 나의 작은 노력이 점차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차의 위상과 가치를 끌어올리고 차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동안, 나 또한 평소에 차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커피를 오랫동안 마셔왔다. 커피 전문점이 한 집 걸러 하나씩 들어서 있어 손쉽게 주변에서 접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반면 차는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에 차를 파는 전문점도 거의 없지만, 설령 찾아보면 전통찻집이라고 해서 젊은 세대들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음악과 분위기로 외면받기 십상이다. 커피 전문점처럼 세련된 디자인과 분위기를 갖춘 차 전문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차 마시는 데 대단한 법도가 있을까
이러한 전통찻집에 들러 차를 마시려고 하면 차를 마시는 무슨 법도(法道)가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게 된다. 당연히 다기 다루는 법도 모르니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혹시라도 차를 마시다가 실수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할 것이다. 차를 마시는데 무슨 대단한 법도가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편하게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마시면 되는 것이다. 다기를 다루기 어려운 사람은 1인 다기용 찻잔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차를 마시는 데 장애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차 전문점이 아닌 집이나 사무실에서 막상 차를 마셔보려고 차를 찾아보면 티백차가 대부분이다. 좋은 잎차를 구해서 마시려고 하면 다원을 찾아 직접 맛을 보고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잘 모르고 무작정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마시기가 내키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가 다시 차를 가까이하게 된 계기는 건강 때문이었다. 나이를 먹어가면 우리 몸도 함께 늙어간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젊었을 때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각종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그 중 하나가 고혈압과 당뇨다. 필자 역시 고혈압으로 건강에 이상이 생길 즈음 약물치료를 하면서 고혈압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찾게 되었다.
비트가 좋다고 해서 비트를 사서 갈아먹었다. 비트 주스는 먹기에는 좋지만 준비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여러모로 성가셨다. 그러다 우연히 어떤 자료를 보다 차가 고혈압에 좋다는 내용이 나와 있어서 이번에는 차를 마셔보자고 생각하고 차를 찾았다. 그렇다고 무작정 아무 차나 마실 수는 없기에 차에 대해 공부를 해보기로 했다. 차에 대한 각종 서적과 자료를 읽고, 시간을 내서 보성, 장흥, 강진, 해남, 하동의 다원을 찾아다녔다.
그렇다면, 차를 마시고 정말 고혈압이 개선이 되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개선이 되었다. 매일 1.5~2ℓ 정도의 차를 꾸준히 3개월 정도 마시고 나서부터 고혈압 수치가 약을 먹을 당시 160~170대에서 110대로 떨어졌다.
제다방식에 따라 6종으로 분류되는 차
물론 꼭 차를 먹어서 혈압이 이렇게 떨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차를 먹다 보니 생활습관도 바뀌고, 또한 차에 들어 있는 카테킨(Catechin) 성분이 지방을 분해하여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살도 빠지면서 혈압도 떨어지는 효과를 얻은 것 아닌가. 즉, 차와 혈압의 상관관계가 일정 부분 인정된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차를 마시는 것이 좋을까? 차는 제다 방식에 따라 6종의 차로 분류된다. 6종의 차라 하면 녹차, 백차, 황차, 청차(우롱차), 홍차, 흑차(보이차)를 말한다. 하지만, 6종의 차는 차나무가 대엽종(大葉種)인지 소엽종(小葉種)인지 또는 제다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고 수많은 종류의 차로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차의 스펙트럼은 무궁하다. 필자는 차를 마실 때 되도록 한 종류의 차가 아닌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마시려고 한다. 그 이유는 차마다 그 나름의 좋은 유익한 성분들이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차라고 한 종류의 차만을 계속 마시게 되면 다른 차에 존재하는 유익한 성분들을 포기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찻잎에는 10여 종의 비타민을 포함하여 무려 350여 종에 이르는 다양한 성분이 함유되어 있다고 한다.
녹차에는 녹차만의 좋은 성분이 존재하고 홍차에는 홍차만의 좋은 성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니 한 종류의 차를 마시는 것을 고수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차를 마시는 것이 건강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다양한 차를 마시다 보면 그 나름의 독특한 색(色)·향(香)·미(未)를 느낄 수 있어 차의 깊이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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