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퍼블릭=김미희 기자]더불어민주당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권리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계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상법 개정은 이사에 대한 소송 남발을 초래하고, 해외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 수단으로 악용돼 기업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것이 반대 주장으로, 재계는 국내 4대 그룹 사장단의 긴급 성명 등으로 이러한 개정안 통과를 저지할 계획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국내 기업들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21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FKI)와 국내 주요 기업 16곳의 사장단이 어려운 한국 경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기업 경쟁력을 훼손할 것으로 지적된 상법 개정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공동 성명을 냈다.
이들은 내수가 구조적 침체에 빠진 데다 주력 업종의 경쟁력 약화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심화하는 보호무역주의,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경제 주춧돌이던 수출마저 위기를 맞았다며 국회와 정부가 규제보다는 경제 살리기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경협과 삼성, SK, 현대차, LG 등을 비롯한 16개 그룹 사장단은 2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한경협이 주요 기업들과 공동 성명을 낸 것은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시절인 지난 2015년 7월 이후 9년여만이다. 당시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으로 인한 내수침체 등 대내외 악재가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이날 성명 발표 취지에 대해 “저성장이 지속되는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고, 성장동력을 되살리기 위해 기업들이 먼저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장단은 김 부회장이 대독한 성명서를 통해 “위축된 경제 심리 회복을 위해 국회와 정부, 국민 여러분의 배려와 동참을 간절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상법 개정에 대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많은 기업은 소송 남발과 해외 투기자본의 공격에 시달려 이사회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워지고, 신성장 동력 발굴에도 상당한 애로를 겪을 것”이라며 “결국 기업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되고 우리 증시의 밸류 다운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의 경영 합리화를 위한 사업 재편 과정에서 빚어질 수 있는 소수 주주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 정비는 필요하지만, 현재 추진되는 상법 개정은 이른바 ‘해외 투기자본 먹튀’를 조장해 기업경영 전반에 상당한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부회장은 “물적 분할이나 합병 등 소수 주주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 핀셋 접근이 필요하다”며 “상법 개정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장단은 또 정부를 향해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과감한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각국이 첨단산업 지원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AI) 반도체, 이차 전지, 모빌리티, 바이오, 에너지, 산업용 소재 등에 지원을 아끼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성명 발표에는 삼성 박승희 사장, SK 이형희 위원장, 현대차 김동욱 부사장, LG 차동석 사장, 롯데 이동우 부회장, 한화 신현우 사장, HD현대 류근찬 전무, GS 홍순기 시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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