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플라스틱 절감에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플라스틱 협약)을 만들기 위한 170여 나라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일주일 일정으로 막이 올랐다.
협상을 이끌고 있는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 의장은 ‘해양 환경을 포함한 플라스틱 오염에 관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문서’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 개막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12월1일 부산에서 합의에 이를 것으로 자신한다”고 말했다.
발비디에소 의장은 부산에서 합의될 협약이 1992년 체결된 유엔기후변화협약처럼 쟁점에 대해 ‘선언적 합의’만을 담은 이른바 ‘골격협약’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협약은 ‘살아있는 협약’이 될 것”이라며 “우리는 (협약이 성안된 뒤) 과학적 근거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위한) 방안 등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할 것이고, 협약을 점차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5차 협상위를 앞두고 발비디에소 의장은 77쪽짜리 초안을 17쪽으로 정리한 ‘논페이퍼'(비공식문서)를 협상 촉진용으로 내놨다.
대부분 국가가 논페이퍼를 협상 출발점으로 삼는 데 동의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등 일부 산유국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페이퍼엔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물질) 생산 규제와 관련해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강력한 협약을 요구하는 유럽연합(EU)이나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가 심각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 그리고 환경단체가 요구하는 ‘구체적인 감축목표’를 포함하지 않았음에도 산유국들은 이 문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발비디에소 의장과 의장단이 골격협약을 추진하면서 유엔기후변화 협약인 ‘파리협정’처럼 구속력이 약해 당사국의 자발성에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 재연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에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총장은 플라스틱 협약이 프레온가스 등 오존층 파괴물질을 퇴출한 몬트리올 의정서나 수은의 유해성을 줄이기 위한 미나마타 협약과 견줄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파리협정에서 ‘지구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자’는 목표가 세워지기까지 21년이 걸린 점을 예로 들며 “플라스틱 협약을 마련키로 합의했을 때 2년 안에 성안하도록 규정했다”고 강조했다. 발비디에소 의장과 마찬가지로 ‘회기 내 성안’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INC 회의가 열린 부산 벡스코 주변에 강력한 플라스틱 절감 대책을 촉구하는 국제 환경단체의 거대한 깃발이 설치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그린피스는 이날 오전 부산 해운대구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가로 30m, 세로 24m 크기의 ‘눈’ 모양을 한 깃발을 크레인을 이용해 건물 10층 높이에 게양했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WeAreWatching)란 이름의 이 깃발은 시민들이 정부 간 협상을 지켜본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은 협상장인 벡스코와 차로 불과 5분 거리다.
이 깃발은 그린피스가 스위스 예술가 댄 아처와 협업해 제작한 것으로 전 세계 시민 6천472명의 초상을 넣어 만들었다.
할리우드 영화배우 윌리엄 섀트너, 제임스 크롬웰, 조앙 퍼시피코 등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는 유명인들의 사진도 들어있다.
깃발 게양에 참가한 그린피스 활동가들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과 제로 웨이스트 사회(1회 용품 사용을 0에 가깝게 줄이는 사회)로 전환을 가속하는 협약 체결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정부 간 협상 회의에 참관인(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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