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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김건희 라인’ 규모는 듣고 나니 하늘이 송두리째 뒤집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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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대한 아내로서의 이런 조언 같은 것들을 마치 국정농단화시키는 것은 우리 정치 문화상이나 또 우리 문화적으로도 맞지 않는 거라고 본다.”

문제의 '김건희 라인' 규모는? ⓒ대통령실 제공, 뉴스1
문제의 ‘김건희 라인’ 규모는? ⓒ대통령실 제공, 뉴스1

지난 7일 생중계된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한남동) 라인’의 실체와 관련한 질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내놓은 답변이다. 하지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문자메시지 논란,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명태균씨 발언 등에서 확인된 당무·공천 개입 의혹 등은 김 여사 역할이 단순히 ‘조언’에 그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명품 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이어 명태균 게이트와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 논란까지, 김건희와 연관된 사건·사람들은 정권을 뒤흔들고 있다. 

김건희, 윤 대통령보다 많은 700명 초대

과연 김건희 라인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그 규모는 얼마나 될까.

한겨레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2022년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 때 김 여사가 초대한 참석자 명단을 확보해 분석했다. 가짜 논문과 명품 가방 수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물론 명태균 게이트와 관저 불법 공사 의혹의 핵심 주역들 상당수가 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2.5.10.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2022.5.10. ⓒ뉴스1

24일 한겨레가 입수한 ‘20대 대통령 취임식 초청 명단’을 보면, 김 여사 명의로 취임식에 초대된 인물은 700여명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초대한 600여명보다 많았다. 대통령실 인사 가운데서는 한동훈 대표가 쇄신을 요청했다는 ‘한남동 8인회’ 가운데 한명인 이기정 의전비서관이 이름을 올렸다. 윤 대통령 부부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진 황종호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의 아버지 황하영 동부산업 회장 역시 김 여사 초대를 받았다.

최근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작 의혹으로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명태균씨도 미래한국연구소 회장 직함으로 아내와 함께 김 여사 초대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떠오른 대통령 관저 불법 공사의 핵심인 21그램의 김태영 대표도 초청자 명단에 포함됐다.

윤 대통령에게 유리한 미공표 여론조사를 조작한 의혹을 받는 명씨는 공천을 대가로 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구속돼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고,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 첫 기획전시 때부터 협업해온 것으로 알려진 김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 출석 요구를 피해 종적을 감춰 논란이 됐다. 

공천개입·관저·주가조작 의혹 관련 인물 포함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참석 내빈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2.5.10.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참석 내빈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022.5.10. ⓒ뉴스1

김 여사의 논문 조작 및 대필 의혹 연루자인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와 김기현 경인여대 교수 역시 취임식에 초대됐다. 설 교수와 김 교수 부부는 김 여사 논문을 대필해주고, 조작된 데이터를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설 교수 또한 김 여사 논문 대필 의혹과 관련해 두해 연속 국정감사에 불출석해 지난달 국회 교육위원회에 의해 고발됐다.

과거 검찰이 김 여사 모녀가 23억원대 수익을 올렸다고 밝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자들도 대거 취임식에 초대받았다. 취임식 전달 보석이 허가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빠졌지만, 아내 안아무개씨와 아들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 오아무개 이사가 초청자 명단에 올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2차 주포인 김아무개씨가 주가조작 전주들을 일컫는 ‘비피(BP·주가조작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블랙펄인베스트’의 약자) 패밀리’ 일원으로 언급된 김아무개씨와 이아무개씨도 김 여사 초대 명단에 포함됐다.

김 여사에게 명품 가방 등 5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 역시 최아브라함이라는 미국 이름으로 취임식에 초대받았다.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씨가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 땅을 사들이면서 네차례에 걸쳐 349억원이 은행에 예치된 것으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사건의 공범인 김아무개씨까지 김 여사 명의로 취임식에 초대됐다.

최근 나라를 시끄럽게 한 온갖 의혹의 주역들이 김 여사와 각별한 관계를 바탕으로 정권 출범 축하 자리에 함께하고 있었던 셈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김 여사의 사적 네트워크가 공적인 영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며 “정치 경험이 적은 윤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부부가 인사 등 여러 문제에서 공사 구분을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배지현 기자, 고한솔 기자, 정환봉 기자 /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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