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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이슈] 환율 치솟는데 줄어든 외환보유고… 韓 ‘외환방어막’ 문제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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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당국이 1400원을 넘나드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시장개입에 나서면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가 작년 초보다 100억달러 넘게 줄어들었다.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급변하는 대외 여건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 韓 외환보유고, BIS 기준 미달… IMF 기준은 충족

2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작년 1월 약 4300억달러를 기점으로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에는 4158억달러로 줄어들었고, 지난 6월에는 4122억달러까지 감소했다. 9월에는 4200억달러로 반등했지만, 지난달에는 4157억달러로 축소되면서 4200억달러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적정 수준일까. 이를 평가하는 보편적인 기준은 없지만 보통 학계에서는 기도티(Guidotti)·그린스펀(Greenspan)과 국제결제은행(BIS), 국제통화기금(IMF)이 각각 1999년, 2004년, 2013년에 제시한 3가지 방법이 많이 사용된다. 9월 말 기준으로 본 우리나라의 외환보유고는 이 중 기도티·그린스펀과 IMF 기준을 충족했지만 BIS 기준은 넘지 못했다.

먼저 기도티·그린스펀 기준은 수입액 3개월분과 유동외채(단기외채)를 합친 값을 적정 수준으로 제시한다. 이 기준으로 올해 3분기(9월) 말 기준 적정 외환보유고를 추산하면 3160억달러다. 1~9월 월평균 수입액 524억3000만달러의 3배(3개월치) 약 1573억달러와 3분기 말 단기외채 1587억달러를 반영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9월 말 외환보유액은 4200억달러로, 적정 수준보다 1040억달러 많다.

기도티·그린스펀 기준에 외국인 주식투자의 3분의1, 거주자 외화예금을 추가한 것이 BIS 기준이다. 9월 말 외국인 주식투자액 5711억달러(9월 30일 원·달러 환율 오후 종가 1308원 적용)와 거주자 외화예금 1041억달러를 대입하면 6105억달러다. BIS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9월 말 외환보유액은 적정 수준보다 1905억달러 적다.

IMF는 연간 수출액의 5%에 통화량(M2)의 5%, 유동외채의 30%, 외국인 주식투자의 15%를 더한 값의 100~150%를 적정 외환보유액으로 제시한다. 1~9월 평균 수출액 564억7000만달러의 12배(1년치) 6776억달러와 9월 말 M2 3조1228억달러(원·달러 환율 1308원 적용), 유동외채 1587억달러, 외국인 주식투자 5711억달러를 반영하면 적정 외환보유고는 3233억~4849억달러다. 이 기준으로 9월 말 외환보유액은 적정 수준에 있다.

◇ 한은 “외환보유고 충분… 과거 위기때와 달라”

국제 기준을 종합해보면, 현 4200억달러 안팎의 외환보유액이 크게 부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IMF도 지난 7월 발간한 대외부문보고서(External Sector Report)에서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다양한 충격 상황에서 충분한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도 올해 초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충분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외환보유액과 관련된 다른 지표들도 긍정적이다. 한은이 지난 5월에 낸 보도참고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25%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5%(2020년 기준)를 상회하는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는 이 비율이 18.4%였다.

과거와 달리 순대외자산국이기도 하다. 순대외금융자산은 작년 말 기준 7799억달러에 달한다. GDP대비 순대외금융자산 비율은 45.5%로 2008년말(-6.7%)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다. 대외지급 능력을 보여주는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도 올해 3분기 37.8%를 기록하면서 2008년 4분기(72.4%)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 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외환보유액 외에 대외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안전판도 마련돼있다. 우리나라는 캐나다와 스위스 등 8개 국가와 양자 통화스와프 계약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3(한·중·일)과는 다자 계약이 체결돼있어 유사시 외화 조달이 가능하다. 또 외환보유액에 포함되지 않은 국민연금과의 통화스와프 자금도 만기 시 전액 환원돼 외환보유액으로 반영된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의 적정 수준이 국가의 기초체력 등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외환보유고가 한 달에 50억달러씩 줄어든다면 석 달 뒤엔 4000억달러 밑으로 내려간다”면서 “이 경우 외환당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워지고, 환투기 세력들이 시장을 교란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택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외환보유고가 아직은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후 관세전쟁이 발생할 경우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어 다양한 불확실성을 고려하면 관리를 외환보유고 관리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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