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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2학기는 사실상 없는 셈이에요. 수능 전에는 수시 준비로 아이들이 수업에 잘 안 나오고, 수능 후에는 절반도 등교하지 않습니다. 논술과 면접 준비를 위해 학원으로 향하죠.” 서울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수능 이후 고3 교실의 풍경을 이렇게 전했다.
24일 교육계에 따르면 수능이 끝난 고3 교실은 ‘어수선함’ 그 자체다. 적지 않은 학생들이 교외체험학습으로 한 달 가까이 학교를 비우고 남은 학생들은 휑한 교실에서 엎드려 자거나 영화를 보다 하교한다. 수시 전형을 준비하는 학생들은 2학기 내신과 출결이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논술·면접 준비에 집중하기 위해 결석한다. 수능 위주 정시모집에 ‘올인’해온 학생 역시 학교에 출석할 동기가 떨어진다. 정시에서는 대체로 고3 출결을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능 이후 교실 출석률이 급감하는 현상은 매해 반복된다. 서울시교육청이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지역 고등학교 110곳의 평균 등교율은 57.3%에 그쳤다. 서울 지역 고교 평균 등교율은 같은 해 3월 96.9%에서 10월 88.9%로 소폭 떨어졌다가 11월 수능 이후 급락했다. 학기 말로 갈수록 출석을 아예 포기하는 학생도 늘었다. 지난해 고3의 미인정 결석일은 3월 1526일에서 12월 2만 3314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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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연간 20일로 제한된 가정학습(교외체험학습)을 수능 후에 몰아 사용하면서 겨울방학 전까지 사실상 학교에 나오지 않는 경우도 많다. 교사들 역시 수능 이후 면접과 논술 등 수시 일정을 앞둔 학생들을 엄격하게 지도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더 가르치고 싶어도 강제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토로한다.
교육부는 수능 이후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등교가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수능 후 학원 수강이나 학칙으로 정한 교외체험학습 일수를 초과한 결석은 출석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올해는 고3 2학기 파행을 막기 위해 딥페이크·마약·온라인 도박 등 사회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예방교육과 함께 청소년 고용·노동 교육, 진로 체험 활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할 계획이다. 오는 12월 31일까지는 ‘학생 안전 특별기간’을 지정해 음주·약물 오남용 예방, 무면허 운전 방지, 심리상담 등 안전 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체 활동만으로는 고3 2학기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 과정의 정상 운영을 위해서는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고 고3 2학기 내신 성적을 대입에 반영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대평가 위주의 대입제도를 절대평가로 전환하고, 수능 및 대학별 고사 출제에서 고교 교육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등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걱세)은 “빈 교실을 대입을 앞둔 시기 우리 사회의 고유한 문화로 받아들여선 안된다”면서 “공교육이 빈 교육이 돼가는 징후로 인식하고 근본적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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