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 워홀로 대표되는 팝아트의 자유분방하고 강렬함에 ‘K’를 붙인다면?
민중 속에 가장 가까이 들어와 있는 민화가 주는 매력은 전통적인 팝아트에서 느껴지는 자유로움, 그 이상의 강렬함을 뿜어낸다.
학습돼 온 미술이 주는 고양감보단 기승전결 없는 정보의 나열 속에 대중을 끌어당기는 ‘K팝아트’의 매혹적인 원천을 찾는다.
한국 현대미술에서 ‘K팝아트’의 가능성을 엿보는 걸 넘어서 가능성을 제시하는 발칙한 전시가 찾아왔다.
경기도미술관의 민화와 K팝아트 특별전 ‘알고 보면 반할 세계’다.
한국의 전통 민화로부터 한국적 팝아트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기획된 이번 전시는 네 가지 질문을 바탕으로 구성된다.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민화를 어떻게 읽을 수 있는가?’, ‘한국 현대미술에서 팝아트는 어떤 양상을 이루는가?’, ‘한국 현대미술에서 K아트란 어떤 것일까?’, ‘민화와 팝아트의 사이에서 K팝아트가 어떻게 드러날 수 있는가?’이다. 민화는 학습되고 정형화된 방식이 아닌 독창적이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그려져 정의와 범주에 대해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어 왔다.
민화는 무명성, 실용성, 공예성, 상징성을 지닌 한화나 겨레그림, 서민층의 욕구를 반영한 비전문적이고 소박한 그림 등 다양한 함의로 여겨졌고, 현대미술의 관점에서 다채로운 가능성의 장을 조명하려는 게 이번 전시의 목적이다. 이번 전시에선 민화와 팝아트의 교차점에서 예술적 열망과 해학이 담긴 작자 미상의 전통 민화 27점과 현대미술 작가 권용주, 김상돈, 김은진, 김재민이, 김지평, 박경종, 박그림, 백정기, 손기환, 손동현, 오제성, 이수경, 이양희, 이은실, 이인선, 임영주, 조현택, 지민석, 최수련 등 19인의 작품 102점이 소개된다.
전시는 모두 세 가지 세계관을 제안하며 각 세계관 속에서 작품감상을 제안한다.
더 나은 현세(現世)를 위한 이상향의 염원 ‘꿈의 땅’, 해학적 삶의 태도 ‘세상살이’, 내세(世)에 대한 상상 ‘뒷경치’다.
첫 번째 세계관 ‘꿈의 땅’에선 화조도(花鳥圖)나 백수백복도(百壽百福圖) 등 전통 민화에 등장하는 여러 상징 등을 통해 기복과 염원의 민화적 태도를 살펴보고, 동시에 현대사회가 일상으로부터 신성시하는 것들에 대해 반추하도록 한다. 소주제의 제목 ‘꿈의 땅’은 현대 사회의 욕망과 이상의 혼성적 풍경을 담은 곳이다.
두 번째 세계관 ‘세상살이’에선 민화 속 만물에 대한 재치 있는 해석과 풍자를 통해 팝아트와의 접점을 살펴보고, 사회와 삶을 관찰하며 권위와 부조리를 풍자하고 미(美)의 전통적 기준을 반전시킨 새로운 작품들을 선보인다.
마지막 ‘뒷경치’에선 민화에 담긴 초월적 세계에 대한 상상을 다룬다.
현세 구복(求福)과 벽사에 대한 염원을 담은 민화 속에선 현세의 삶 이후의, 혹은 너머의 내세에 대한 관계성을 살펴볼 수 있는데, 민화에 담긴 종교적 도상과 신화적 상상을 통해 현대의 가치관, 종교, 대중문화, 미적 관점을 새롭게 성찰할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방초아 학예연구사는 “민화는 알면 알수록 현대미술의 특징을 많이 갖고 있다. 현대미술에서 한국성에 대해 질문할 때 한 번쯤 다뤄봐야 할 부분”이라며 “이번 전시는 양식적인 면이 아닌 민화적 태도와 팝아트적 태도 사이에서 K팝아트의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생활을 영위하는 삶의 장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세계, 닮고 싶은 세계, 또는 다른 세계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23일까지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린다.
/글·사진 박지혜 기자 pjh@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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