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연간 1조 3000억 달러(약 1천800조 원)의 기후 대응 재원을 조성한다는 목표를 설정하면서 폐막했다. COP가 열릴 때마다 한국은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 등 ‘기후악당’으로 꼽혔지만 대부분의 언론에서 이러한 소식은 찾기 힘들었다.
COP29는 당초 폐막 예정이었던 22일(현지시간)을 넘기면서 치열한 협상 끝에 24일 마무리됐다. 외신에 따르면 세계 각국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최소 연간 3000억 달러, 2035년까지 연간 1조 3000억 달러의 기후 재원(NCQG)이 필요하다고 합의했다.
이번 COP29를 놓고 기후대응 커뮤니케이션 조직 기후미디어허브는 “미국과 일본의 재원 합의 지연, 사우디아라비아의 화석연료 전환 반대 등으로 회의 후반부에는 혼란이 더욱 심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충분한 규모는 아니지만, 이번 합의는 이후 행동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 브라질에서 열릴 COP30에서 더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총회 기간 한국은 기후위기 해결을 방해하는 국가에 수여하는 ‘오늘의 화석상’을 받았다. 세계 150개국 2000개가 넘는 기후환경단체 연대체 ‘기후행동네트워크’가 총회 기간 수여하는 상으로 한국은 지난해 첫 수상에 이어 올해도 수상해 ‘기후악당 1위’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20일 발표된 ‘기후변화대응지수’(CCPI)에서도 한국은 최하위 수준이었다. 한국보다 뒤처진 나라는 러시아와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란으로 모두 산유국뿐이었다. 주요 일간지 기준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 일부 신문만 지면에 이러한 소식을 전했다. 경향신문은 20일 2면 「‘기후악당 1위’에 한국…“화석연료에 계속 공적자금, 시대 역행”」 기사에서 케빈 버크랜드 기후행동네트워크 활동가를 인용해 “화석연료 금융에 있어서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중”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21일 6면 「한국 ‘기후대응’ 대응 산유국 빼면 ‘최하위’」 기사에서 “한국은 석유·가스를 직접 생산하지 않는 나라 가운데 기후위기에 대응해온 실적과 정책에 대한 평가가 가장 좋지 않은 셈”이라고 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국제평가기관 ‘저먼워치’의 선임고문 얀 부르크는 기자들에 “(한국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솔루션은 24일 논평을 내고 “국제 시민사회가 한국의 기후대응 노력에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한국은 빈곤국에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전환한 유일한 나라로서, 첨예한 대립을 보인 양쪽에서 보다 진전된 합의를 이루기 위해 남다른 역할을 보일 수도 있는 위치였지만, 이번 논의에서 그 노력이 눈에 띄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8월 ‘기후 소송’에서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로 한국은 2035년 목표 설정을 포함한 기후대응에 있어 보다 상향된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책임을 안고 있다. 현재의 선형적인 감축 경로를 넘어, 모든 경제 부문에서 절대적인 감축을 담아 ‘과학적 사실과 국제적 기준에 근거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따르면 COP29 현장에 취재 인력을 보낸 언론사는 세계일보랑 한겨레뿐이다. 지난해 COP28엔 한겨레와 KBS가 갔는데 올해는 KBS가 빠져 현장을 취재하는 방송사가 사라졌다. 2021년 총회 현장을 취재했던 연합뉴스, 뉴스1 등 통신사도 이후 취재 인력을 보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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