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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한동훈… 한국일보 “정치력 부재, 내로남불 소리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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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한동훈 대표. 사진=국민의힘
▲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민생경제점검 당정협의회에 참석한 한동훈 대표. 사진=국민의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가족이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대통령 부부 비방 글을 올렸다는 의혹이 한 주 내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일보는 한동훈 대표가 가족 문제로 당 분열을 방치하고 있다며 정치력 부재를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23일자 사설 「자기 문제에도 정치력 부재 드러낸 한동훈」에서 “수백 건의 윤석열 대통령 부부 관련 비방 글을 둘러싼 내부 논란이 점입가경”이라며 “한 대표가 자신과 관련된 문제임에도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하고, 내부 소란을 확대할 일인지 의아하기만 하다”고 했다.

▲ 23일자 한국일보 사설.
▲ 23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동훈 대표는 별도로 해명하지 않아도 위법이 있다면 수사를 통해 드러날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한국일보는 “수사를 얘기하지만 보수단체가 만인이 비판할 수 있는 대통령 부부에 대한 명예훼손을 고발한 건이라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라며 “문제는 이게 법에 기댈 일이냐는 것이다. 친윤계 주장대로 한 대표가 가족에게 직접 물어보면 간단히 답이 나올 사안이라는 얘기”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설사 가족이 게시 글로 대통령 부부 비판에 나섰다면, 한 대표로서는 면구하기는 해도 정치적 책임까지 질 일은 아니지 않은가”라며 “오히려 가족 문제가 나오자 당 분열까지 감수하는 건 공당 지도자의 책임 있는 자세를 내팽개친 걸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러니 여론조작 의혹까지 나오고, 김건희 여사 비판과 사과를 요구한 한 대표의 내로남불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조선일보 “한동훈, 당대표 4개월 만에 첫 고비”

조선일보도 23일자 4면 「‘3각 파도’ 맞닥뜨린 한동훈 리더십」 기사를 통해 한 대표가 당대표 4개월 만에 고비를 맞았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 부부 비방 글 논란뿐 아니라 추경호 원내대표와의 불협화음, 당내 의원 결집 등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일보는 “한 대표가 최근 포퓰리즘이란 비판이 있는 가상화폐 과세 유예론을 주도하는 것을 두고도 정책적 고민이 좀 더 있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 23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 23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성한용 한겨레 선임기자는 24일 「이재명이 유죄 판결 받았는데 한동훈이 위기에 몰리는 이유」에서 조선일보가 한 대표에 비판적인 이유를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찾았다. 성한용 기자는 윤 대통령의 직무 긍정 평가와 정당 지지도가 최근 변화가 없었다며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우리 국민이 이재명 대표 사법 리스크와 여권에 대한 지지는 별개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성 기자는 “합리적 보수 성향의 젊은 의원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서 ‘한동훈은 이재명 날아가면 대권 힘들다. 한동훈은 이재명 때리면서 큰 사람이다. 중도 확장성이 없다’고 말한 일이 있다”면서 “한동훈 대표의 이재명 죽이기는 자신의 입지를 좁히는 자충수라는 얘기다. 저는 이 의원의 말이 꽤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한 대표가 ‘채상병 특검’ 등 기존에 주장했던 말을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22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과 외압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를 공식 거부했다. 23일 「여당 채 상병 국정조사 거부, ‘특검하자’던 한동훈 말은 어디 갔나」 사설에서 경향신문은 “대다수 국민들은 제대로 진상을 밝히기 위한 특검법에 찬성한다. 제3자 추천 특검법 발의 약속을 계속 뭉개고 있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국정조사마저 기어코 거부한다면 국민 저항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야권 주도 주말 집회에 중앙 “개딸들 계속하자지만… 딜레마”

최근 윤석열 정부 규탄 집회가 주말에 반복해서 열리는 것을 놓고 중앙일보가 시민 참여가 저조하다는 기사를 냈다. 23일자 6면 「개딸들 계속하자지만 시민 참여 기대 못 미쳐…집회 딜레마」에서 중앙일보는 “민주당의 묘한 스탠스는 ‘시민 참여와 호응이 생각만큼 폭발적으로 늘지 않는다’는 고민에서 비롯됐다.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커 집회를 이어가긴 해야겠는데, 방탄용 집회라는 여론의 뭇매가 따갑다’는 딜레마에 처한 것”이라고 했다.

▲ 23일자 중앙일보 6면 기사.
▲ 23일자 중앙일보 6면 기사.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탄핵’ 표현을 극도로 자제 중인 것 역시 집회가 충분히 힘을 받지 못해서란 의미로 해석된다”며 전직 민주당 의원 인터뷰를 인용해 “중도-진보 성향 국민까지 거리에 나와야 탄핵이 되는데, 여론이 무르익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집회 흥행의 최대 장애물이다. 아무리 정권의 치부를 지목해도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시선에 갇힐 수밖에 없어서”라고 덧붙였다.

‘대권이냐 감옥이냐’ “대통령직에 걸린 ‘판돈’ 해체해야”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각종 혐의로 법원 재판을 받는 것처럼 한국 정치가 ‘대권 아니면 감옥’ 식의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23일자 한국일보 메아리 칼럼.
▲ 23일자 한국일보 메아리 칼럼.

송용창 한국일보 뉴스1부문장은 「대권이냐 감옥이냐」 칼럼에서 2020년 말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선 도전 당시 검찰총장에서 물러나 민간인 신분이 되면 수사를 방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선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에 패배했을 때도 같은 함의가 나와 이 대표가 정치적 관례를 벗어나고 자숙기 없이 바로 대표직을 차지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송용창 뉴스1부문장은 “자숙기 운운하며 거론했던 정치 도의는 작금의 정치에선 순진한 허울에 불과했다. 실제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는 전방위적으로 몰아쳤다. 이 대표가 그때 당대표가 되지 않았다면 진작에 정치 생명 자체가 끝났을지 모른다. 민주당 전체 이해와는 별도로 이 대표로선 얼굴에 철판을 깔고 버틴 덕에 정치 생명이 죽지 않았다”고 했다.

대통령제 대신 내각제 개헌 등의 근본적 대안을 논의할 때가 왔다는 주장이다. 송용창 뉴스1부문장은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데는 승자독식의 선거제, 정치보복 문화, 정치의 사법화, 극단적 진영화 등 여러 요인이 얽혀 있다. 한두 문제를 개선한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87년 체제의 대통령제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판단이다. 대통령 직위에 걸린 엄청난 판돈 자체를 해체하지 않으면, 격렬한 진영 투쟁과 정치 보복의 악순환은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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