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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군함도 이어 사도광산 日에 또 ‘뒤통수’…외교 책임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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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 추도식을 하루 앞둔 23일 전격적으로 불참을 결정한 것은 이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태도에 진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일본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라는 목적을 위해 한국에 전시시설 설치와 추도식을 약속했지만 어느 것 하나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더니 결국 한국 정부의 추도식 ‘보이콧’으로 이어진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는 지난 2015년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등재 때에 이어 연이어 일본 측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되면서 그동안 야당과 진보 진영으로부터 ‘저자세 친일’ ‘퍼주기식’ 비판까지 들어오며 대일 관계 정상화에 공을 들여왔기에 외교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일본 니가타현의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1200∼1500명의 조선인이 동원돼 강제노역했던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다. 일본은 하지만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이를 외면하고자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가 중심인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했다.

한국은 일본이 ‘전체 역사’를 반영하지 않으면 등재에 찬성하기 어렵다는 입장으로 맞섰고 일본으로부터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 환경과 고난을 기리기 위한 전시물 설치’와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사도섬에서의 노동자 추도식’을 약속받은 뒤 등재에 동의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군함도 등재 때의 ‘트라우마’가 있던 한국은 ‘어음’이 아닌 ‘현금’을 받겠다는 의지로 협상에 임했고 일본은 등재가 되기도 전에 현지에 전시물을 설치했다.

군함도 당시 일본은 희생자를 기리는 정보센터 설치를 약속했지만, 센터를 현장이 아닌 도쿄에 설치하고 강제성을 부인하는 자료도 다수 전시하는 등 아직도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사도광산의 경우도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시물에 ‘강제’라는 표현이 하나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일본의 진정성 없는 태도는 추도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재확인됐다. 한국인 유족이 초청됐지만 숙소·항공편 등 소요 예산을 전부 한국 외교부가 부담하는 형태인 데다, 정식 명칭도 누구를 추도하는지조차 모를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해졌다.

일본측 추도사에 조선인 노동자를 위로하는 내용이 담길지도 행사 직전까지 공개되지 않으면서 진정성이 없는 ‘맹탕 추도식’에 유족들이 들러리만 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이력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정무관이 일본 대표로 추도식에 참석한다는 소식은 결정타가 됐다.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인물이 일제강점기 한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를 추모하는 자리에 일본 정부 대표로 오는 건 한국인 유족에겐 모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로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 부족이 재확인되면서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협력 강화를 모색하던 한일관계에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일관계 강화의 촉매제였던 한미일 협력이 예전과 같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상황이어서 파장이 더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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