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선두에 이어 낸드플래시에서도 삼성전자를 위협한다. 시장 점유율에선 아직 뒤지지만 셀을 수직으로 쌓는 적층(積層) 기술에서 한발 우위에 서며 낸드 시장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낸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비휘발성 메모리다. 휘발성 메모리인 D램과 달리 데이터 저장장치에 주로 쓰인다. 낸드 시장은 차세대 HBM 등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D램과 비교해 한 발 밀려 있었다. 하지만 AI 서버 구매가 예상보다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관심도가 커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낸드 플래시 적층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더 많이 쌓아 올릴수록 같은 면적에서 고용량을 쉽게 구현할 수 있어서다. 적층 단수가 낸드의 기술력으로 꼽히는 이유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층인 321단 1Tb(테라비트) 4D 낸드 플래시를 양산한다고 21일 발표했다. 2023년 6월 238단 4D 낸드 플래시 양산에 이어 차세대 제품인 300단 이상 낸드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것이다.
321단 제품은 기존 세대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는 12%, 읽기 성능은 13% 향상됐다. 데이터 읽기 전력 효율도 10% 이상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생산 효율이 높은 ‘3-플러그(Plug)’ 공정 기술을 도입해 적층 한계를 극복했다. 이 기술은 세 번에 나누어 플러그 공정을 진행 한 후 최적화된 후속 공정을 거쳐 3개의 플러그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상반기부터 321단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해 시장 요구에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280~290단의 1Tb TLC 9세대 V낸드 양산을 시작했다. 업계 최소 크기 셀, 최소 몰드 두께를 구현해 이전 세대 대비 비트 밀도를 약 1.5배 증가시켰다.
더미 채널 홀(Dummy Channel Hole)제거 기술로 셀의 평면적을 줄였으며, 셀의 크기를 줄이면서 생기는 간섭 현상을 제어하기 위해 셀 간섭, 회피 기술, 셀 수명 연장 기술을 적용해 제품 품질과 신뢰성을 높였다.
삼성전자의 9세대 V 낸드는 더블 스택 구조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 단수 제품이다. 더블 스택은 낸드를 두 번에 나눠 제작해 결합하는 기술이다. 세 번 나눠 생산하는 트리플 스택보다 공정 수가 적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최근 양산에 돌입한 321단 낸드가 트리플 스택 구조다.
미국 마이크론, 일본 키옥시아도 잇따라 200단 이상의 낸드를 개발·양산에 나섰다. 미국 마이크론이 7월 발표한 9세대 3D 낸드는 276단으로 알려졌다.
불붙은 적층 경쟁으로 2025년에는 400단, 2027년에는 1000단 낸드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모두 2025년에 400단대 낸드를 출시할 것으로 본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낸드 시장 점유율 1위는 삼성전자(36.9%), 2위 SK하이닉스·솔리다임(22.1%), 3위 키옥시아(13.8%), 4위 마이크론(11.8%), 5위 웨스턴디지털(10.5%) 순이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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