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의 영향으로 ‘불황형 매장’이 뜨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이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유명 브랜드의 이월상품을 저렴하게 파는 오프 프라이스(off-price) 스토어는 점점 사세를 키워가는 모양새다. 아웃렛이 최대 50%가량 할인한다면, 오프 프라이스 매장은 최대 90% 할인율로 ‘극도의 가성비’를 내세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오프 프라이스 매장인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는 올해 매출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 팩토리스토어는 신세계백화점이 브랜드 재고 상품을 사들인 뒤 직접 가격을 정해 판매하는 오프라인 매장으로, 폴로, 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 이월 상품을 상시 30∼80% 할인 판매한다.
2017년 스타필드 고양에 1호점을 연 이래 전국 신세계백화점과 아웃렛, 스타필드, 쇼핑몰 등 18곳에 매장을 냈다. 첫해 70억원이던 매출은 올해 1000억원 수준으로 뛰었다. 내년에는 라오스 수도 비엔티엔 진출을 확정했다. 신세계 측은 10년 내 라오스에 10개의 팩토리스토어를 낼 계획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팩토리스토어는 지난해 손익분기점(BEP)을 돌파했고, 올해 매출은 목표 대비 110%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랜드리테일의 팩토리아울렛도 순항 중이다. 이랜드는 지난해 뉴코아아울렛 광명점 2~5층을 팩토리아울렛으로 개편한 후 총 3개의 유통 점포를 팩토리아울렛으로 전환했다. 셔츠가 9900원, 넥타이 5000원, 남성 정장이 10만원 미만으로 2~3년 차 재고 의류를 최대 90% 저렴하게 판매한다.
광명점은 팩토리아울렛으로 전환한 후 올해 10월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두 자릿 수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3배가량 늘었다.
현대백화점은 2019년 현대아울렛 동대문점을 시작으로 5개의 ‘오프웍스’ 점포를 운영 중이다. 아미, 메종 키츠네 등 100여 개 유명 브랜드를 소비자가격보다 40~80% 싸게 판매한다. 지난해 오프웍스 매출은 2020년 대비 2.5배로 성장했다.
오프 프라이스 매장의 상품이 아웃렛보다 싼 이유는 상품을 직매입하기 때문이다. 기존 아웃렛은 브랜드를 입점시켜 판매하는 구조라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지만, 오프 프라이스 매장은 백화점이 상품을 직매입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오프 프라이스 매장은 특히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이소와 알리, 테무 등 초저가 쇼핑 플랫폼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들이 ‘보물찾기’를 하듯 오프 프라이스 매장에서 쇼핑을 즐기는 것이다.
지난해 문을 연 이랜드 팩토리아울렛 광명점의 경우 20~30대 신규 회원 수가 470% 증가했다. 연령대별 매출은 20대가 25% 늘었고, 30대 매출은 10% 늘어났다. 객수도 20대가 70%가 늘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또 5km 이상 원거리 거주 고객 매출도 22% 증가했다.
이랜드리테일 관계자는 “고물가 시대에 더 저렴한 상품을 찾아 먼 거리 쇼핑도 감수해 내는 20~30대가 광명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세계적으로도 티제이맥스, 로스, 마샬스 등 오프 프라이스 매장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 1300여 개 매장을 운영하는 티제이맥스의 모기업 TJX 매출은 2014년 290억 달러(약 40조7595억원)에서 지난해 540억 달러(약 75조8970억원)로 증가했다. 올해 3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6% 증가한 141억 달러(약 19조8175억원)를 기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수년간 지속된 인플레이션 압박 속에 오프 프라이스 매장이 가치를 추구하는 고객들을 사로잡고 있다”면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지난해 각각 4% 높은 비율로 저가 의류를 소비했다. 젊은 세대가 할인점에서 쇼핑하는 비율이 기성세대보다 더 높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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