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경북 경산시 문명고등학교가 ‘우편향’ 논란이 있는 한국학력평가원(이하 평가원)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하며 촉발된 갈등이 오는 12월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전교조·지역 시민단체·문명고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문명고 친일·독재 미화, 불량 한국사교과서 채택대응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발표, 문명고가 평가원 교과서 채택 관련 진행한 기자회견에 대해 교육의 중립성을 해쳤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대책위는 “교육의 자주성 등은 교육기본법 6조에서 교육의 중립성을 정의하고 있다”면서 “그 정의에 따르면 교육은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국 고등학교 중에서 유일하게 문명고만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로 알려진 평가원의 교과서를 채택하고 있다”며 “문명고 측의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교육을 이용하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어 대책위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이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교육 할 자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대책위는 문명고의 기자회견을 보면서 학생에게 올바른 역사 교육 받을 권리를 돌려주기 위해 1인시위, 피켓팅, 토론회, 집회 등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진다”고도 덧붙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평가원 한국사 교과서는 이승만 정권 정부에 ‘독재’ 표현 대신 ‘장기 집권’이라고 서술했다. 또 친일 인사를 옹호하거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 5·18 민주화운동 등을 간략히 서술해 친일·독재 옹호 논란을 산 바 있다. 문명고는 전국 고교 중 유일하게 이 교과서를 한국사 교재로 채택했다.
이 교과서에는 문명고의 A교사가 교과서2 Ⅱ단원 집필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단원은 광복 이후부터 박정희 정부 시기까지 다루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대책위는 문명고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사 교과서 채택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문명고 임준희 교장을 비롯한 문명고 교사 20여명은 전날 오전 경북 경산시 문명고 옆 대신대학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교는 교과협의회 심의와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원안을 통과시키는 절차를 준수해 교과서를 선정했다”며 “교과서 선정과 관련한 부당한 간섭과 편파 보도 등에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임 교장은 기자회견에서 “교과서 선정 관련 소식이 알려지면서 일부 정치인이 법적 근거 없이 교과서 선정과 관련된 자료를 요구하며 압박했고, 교육청 역시 부당한 개입을 시도했다”며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 행위를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는 교권 보호 특별법 제19조에 위배된다. 교권 보호를 위해 관련단체 등을 부조리신고센터에 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명고는 교과용 교과서 선정을 위한 교과협의회 회의록과 학교운영위원회 회의록 일부를 공개했다.
교과협의회는 한국사1 교과서에 한국학력평가원을 1순위로, 미래엔·천재를 2순위로 선정했다. 한국사2는 한국학력평가원 1순위, 비상 2순위 순이었으며 학교운영위원회는 이를 원안대로 승인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12월 말에 문명고에 입학할 학생들의 수가 확정되는데, 교과서 주문이 이뤄지는 그때까지 평가원 교과서 채택 결정 번복을 촉구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우리나라의 역사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교과서 채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명고는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 당시 전국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됐으나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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