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신입사무관 배치 방법을 처음으로 변경했습니다. 기존에는 신입사무관들에게 어디로 가고 싶은지를 조사해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방법으로 배치했습니다. 여기에 선호도가 낮은 실국 두 곳에서 원하는 사무관을 지명할 수 있는 ‘와일드카드’ 제도를 병행해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새로운 방식으로 신입사무관을 배치했다고 하네요. 어떤 방식일까요.
23일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신입사무관 배치에는 ‘드래프트’ 방식이 도입됐습니다. 드래프트 방식은 KBO 리그 야구 구단이 신인 선수를 뽑을 때 쓰는 방식입니다. 전년도 최종 팀 순위의 역순으로 1명씩 지명해 선수를 뽑습니다. 상위 팀이 좋은 선수로만 팀을 구성하는 ‘독점’ 문제를 해결하고, 하위 팀에 전력을 보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제도가 바뀐 것은 와일드카드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고 합니다. 희망하는 부서로 가게 된 사무관과 달리 와일드카드를 사용한 부서로 간 사무관들의 불만이 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재부는 올해는 선호도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신 떠오른 방식은 비선호 실국들부터 먼저 1순위로 원하는 사무관을 지명하고, 이후 인력 보강이 필요한 실국 순으로 지명하는 드래프트 방식입니다. 기재부 인사과는 업무 강도가 높고 사무관들의 선호도가 낮은 실국을 순서대로 나열하고, 해당 국장에게 우선 선택권을 부여했습니다.
그럼 어떤 부서가 비선호 부서로 꼽혔을까요. 소관 업무가 명확하지 않아 일의 범위가 오히려 넓은 데다, 눈에 띄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 정책조정국·경제구조국·미래전략국 등이 비선호실국으로 알려졌습니다. 정책조정국은 정책조정총괄과, 산업경제과, 신성장정책과, 서비스경제과, 지역경제정책과, 기업환경과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 ▲내수경기 점검 및 대응방안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서비스산업 생산성 혁신 지원방안 등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올라가는 굵직한 방안들을 내야 하는 국입니다. 그만큼 다루어야 할 범위가 넓고, 다른 부처들과의 소통이 많이 필요해 일하기가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죠.
이 밖에도 경제구조개혁국은 경제구조개혁총괄과, 인력정책과, 노동시장경제과, 복지경제과, 연금보건경제과, 청년정책과 등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미래전략국은 미래전략과, 인구경제과, 지속가능경제과, 기후대응전략과 등으로 구성돼 있죠. 하나같이 일하는 양은 많지만, 새롭거나 반짝이는 내용을 담아 눈에 띄는 자료를 내며 성과를 보이기가 어렵다는 평가가 사무관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 전문성을 쌓기가 어렵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반면, 예산실·세제실 등은 예산편성·세제개편 등 범위가 명확한 업무를 경험하며 전문성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무관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입니다. 또 권한도 막강한 편인 데다, 국회에 가서 새벽까지 고생하는 것이 티가 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 실국에 신입사무관을 받을 수 있는 자리는 매우 한정적이라 경쟁이 치열합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인사과에서 정책조정국, 경제구조개혁국, 미래전략국 등 일부 국에 (신입)사무관 우선선택권을 부여했다”면서 “과도한 업무 등으로 선호도가 떨어지는 곳을 위주로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드래프트’ 제도로 변경하면 사무관들의 불만은 줄어들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도 않을 것이라는 게 여러 기재부 직원들의 생각입니다. 결국 비선호 부서에 간 사람은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크고, 사람마다 다른 선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할 테니까요. 물론 모든 부서가 인기 부서가 될 수는 없겠지요. 그러나 가기 싫은 부서가 점차 없어지는 방향으로 기재부 차원에서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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